진중권 "문재인 정부, 한국사회 '내집' 의미 몰라…현장 외면하니 정책 겉돌 수밖에"

입력 2020-11-22 17:29   수정 2020-11-23 02:34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에 대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자기 파악이 전혀 안 됐어요.”

미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사진)는 특유의 칼칼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날을 세웠다.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SNS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이른바 ‘진보 진영’을 향한 쓴소리의 강도를 연일 높여왔다. 최근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나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적’이란 프레임을 씌워버린다”며 “자신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입을 막는데 이것이 전체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공정경제 3법’이나 검찰의 대기업 장기 수사 등에 대해선 “나는 경제에는 문외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어느 분야의 정책이든 현 정부는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필패한다”고 단언했다. 자신들과 다른 입장을 보이는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논쟁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대전제를 항상 깔고 있어요. 그 때문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이걸 하면 어떨까’라고 절대 질문하지 않아요. ‘이걸 반드시 해’라고 명령할 뿐입니다. 정책을 그저 ‘적을 무찌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실무의 중요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겉돌죠.”

부동산 정책은 그중 한 사례다. 진 전 교수는 “(부동산 정책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 결정적 계기”라며 “현 정부가 얼마나 무식한지 보여준 단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내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목표인지 간과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집은 비단 거주하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노후 보장과 투자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며 “‘강남 사는 부자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적대적 사고방식만 강조한 탓에 부동산 정책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걸 직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들과 여야에 대해선 더욱 날 선 비판을 내놨다. 진 전 교수는 “여당은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 있고, 야당은 시대의 변화에 어둡고 여당을 제대로 알려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NL(민족해방)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내세운 ‘의전 대통령’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대통합하고 대안을 찾아 이끄는 리더십이 없다”며 “NL들이 꾸며 놓은 ‘아름다운 행사’에 액세서리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래 정치할 뜻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란 이미지로 떠밀리듯 대통령이 됐죠. 사실상 NL의 꼭두각시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진 전 교수는 ‘모두까기 인형’, ‘극우로 변신한 진보’ 등 자신에 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응원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사진=강은구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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