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널리즘 토크쇼 J' PD "부당한 해고 통보 받아" [전문]

입력 2020-11-23 15:04   수정 2020-11-23 15:06



KBS '저널리즘 토크쇼'가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PD가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주현PD는 23일 프로그램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남겨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태다"라고 밝혔다.

정PD는 "저를 포함한 2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 달 후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저희보다 더 억울하고 더 한 맺힌 노동자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 부조리 앞에 딱히 더 억울해할 염치도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부당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제가 일했던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 KBS였기 때문이다"라며 "노동자 정신의 근간인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이 구조적 모순. 이런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공영방송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민낯을 본 순간, 저는 어떤 방송사에도 믿음을 가지지 않게 됐다"며 "제가 KBS에서 일했던 시간은, 방송을 만들면서 어떤 방송도 믿지 않게 되는 기괴한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다. 이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시청자들의 사랑이나 밤낮으로 고생한 제작진의 노력 등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고 그 사실이 너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저널리즘 토크쇼J' 측은 12월 13일 시즌2를 마무리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보다 유용한 역할을 하기 위해 시즌2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모습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다'며 '개편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과 형식을 갖추게 될지는 시즌1과 시즌2에 대한 시청자와 저널리즘 학계, 미디어계의 평가와 자문을 거쳐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음은 저널리즘 토크쇼J 정주현 PD의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의 정주현PD입니다. ‘저리톡 19회 사법농단’편부터 합류해서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는 프리랜서 PD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에 대해 알리기 위함입니다. J는 곧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태입니다. 저를 포함한 2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 달 후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 부당한 처사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이유는, 저를 포함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조리한 해고 사례가 비단 저희의 이야기이기만 할까요? 저희보다 더 억울하고 더 한 맺힌 노동자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부조리 앞에 딱히 더 억울해할 염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부당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제가 일했던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 KBS였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정신의 근간인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이 구조적 모순. 이런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영방송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민낯을 본 순간, 저는 어떤 방송사에도 믿음을 가지지 않게 됐습니다. 제가 KBS에서 일했던 시간은, 방송을 만들면서 어떤 방송도 믿지 않게 되는 기괴한 아이러니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의 J를 있게 해준 건 시청자분들의 사랑인데, 그리고 뒤에서 밤낮으로 노력해준 제작진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그 조건들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그 현실이 너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내부고발이 될까, 혹은 그동안 J를 만드느라 열심히 노력해 주신 기자님들, 그리고 다른 비정규직, 프리랜서 친구들에게 누가 될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J에서 제가 배운 것들, J가 가르쳐 준 건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침묵하지 말 것!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 약자들 편에 설 것!

이것이 제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J에서 일하며 배운 것입니다. J가 없어지면 잠깐 이슈가 되겠지만, 또 늘 그랬던 것처럼 곧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겠지요? 하지만 그 세상에 제 목소리 하나를 보태고 싶습니다. 그것이 언론이 바뀌기를 바라며 일했던 지난 2년에 진정한 마침표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이 처음으로 저를 소개하는 글이게 된 점이 참으로 슬픕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오늘의 저를 위해 수많은 목소리를 내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매주 밤새며 원고 쓰셨던 작가님들, 궂은일 절대 마다하지 않고 늘 뛰어다니는 조연출 분들, J가 힘든 팀인 거 알면서도 열심히 취재하시고 연출하셨던 기자님들, 언제고 달려와주시는 촬영감독님, 미친 그래픽 만들어주는 디자인팀, 찰떡으로 편집해 주시는 편집감독님들 그리고 센스 넘치는 디지털 콘텐츠팀까지. 그리고 악플과 선플을 번갈아 달아주시던 시청자분들까지. 어느 한 분 기억에 남지 않는 분들이 없습니다. 표현은 못 했지만 늘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배운 거 잊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지금의 J는 여러분 덕분에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J가 대한민국 언론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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