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갑질을 반성하며

입력 2020-11-23 17:18   수정 2020-11-24 00:10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떤 단체와 협약을 체결할 기회가 있었다. 관계자들이 행사장 준비를 마쳤다고 해서 시간이 되기 전에 미리 살펴보기 위해 갔는데 생각한 것보다 지나치게 준비돼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뭐가 이렇게 화려합니까?”라고 약간 질책하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생각한 것보다 화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이 있기 두 달 전에 비슷한 협약식이 있었는데, 행사장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더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앞에 했던 협약식은 좀 유명한 단체였고 유명 인사와 했기에 행사장이 화려할수록 좋다고 생각했고, 이번 행사는 조금 젊고 내가 비중을 두지 않은 단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마음에 교만과 오만이 그런 행동을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선비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고 자신을 던져 인(仁)을 완성하는 선비를 좋아한다. 그래서 늘 선비답게 살라고 말하고 나 자신도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들었다면 아마 협약식을 포기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선비는 편견을 가지지 않아야 하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살다 보면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쉽사리 경험할 수 있다. 남들 앞에서는 선비인 척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은 거짓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리거나 힘이 없다고 갑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선비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질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의 목숨마저도 돈과 바꾸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선비를 만나기 드물게 됐다.

선비의 길을 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비가 되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시대가 변하면 많은 것이 변한다고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렇게 갑질하면서 자신의 위선을 감추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나쁘거나 심지어 악한 것을 남에게 서로 전파하며 더 많은 악행을 자행하고 있다.

잘못을 알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은 선비가 될 수 있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하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사람도 선비가 될 수 있다.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지는 않아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는 사람은 선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완성된 선비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선비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바라는 것이다. 나의 갑질이 나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반면교사의 교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듯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다. 작은 말이나 행동도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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