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 국회에 적용한다면…

입력 2020-11-24 17:13   수정 2020-11-25 03:00

“2006년 KT&G 경영권 분쟁이 감사위원 선출방식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아닙니까?”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감사위원은 주주총회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되는 사외이사로 먼저 뽑혀야 한다. 이후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 선출을 위한 2차 표결에 들어가는데 이때 최대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는 3%씩만 의결권이 인정된다.

조 의원이 언급한 KT&G 분쟁은 미국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단 6.6%의 지분으로 경영권 공격에 나선 사건을 말한다. 당시 칼 아이칸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자신 편의 사외이사를 내세운 뒤 KT&G를 압박했다. 칼 아이칸은 지분을 3개 펀드로 나누는 ‘쪼개기 전략’을 통해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모두 살려놨다. KT&G는 우호지분 40%를 확보했지만, 칼 아이칸의 경영권 공격을 막지 못했다. 조 의원은 “칼 아이칸은 주가를 띄운 다음에 1500억원을 먹고 튀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총 3%까지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논리로 소수정당을 보호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3%룰을 국회에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74석, 국민의힘 10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시대전환 각 1석 등 총 300석이다.

주식회사로 치면 민주당은 최대주주이고, 범여권 정당인 열린민주당과 여당의 비례정당으로 의원을 배출한 기본소득당·시대전환은 특수관계인이다. 이들 정당을 합치면 총 179석이지만, 전체 300석인 국회에 3%룰을 적용하면 민주당은 단 9석만 본회의 표결에서 행사할 수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103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은 2대 주주이기 때문에 합산 3%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칼 아이칸 사례처럼 국민의힘이 의석 쪼개기를 통해 9석씩 총 12개 위성정당을 만들면 103석 모두 행사할 수 있다.

물론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최대주주의 권한 남용 역시 견제해야 한다. 하지만 ‘1인1표’의 선거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처럼 ‘1주1의결권’이라는 상법상 주주 평등권의 기본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보유 주식수에 상관없이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가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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