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작용 걱정되는 공모주 균등배정제

입력 2020-11-24 17:09   수정 2020-11-25 00:42

최근 공모주 투자자 사이에서는 여러 증권사에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두는 게 유행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공모주 균등배정제를 도입한다고 최근 발표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은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공모주가 배정된다. 돈을 많이 맡길수록 공모주를 더 받는 방식이다. 내년부터는 공모주의 일정 분량을 떼내 최소액 이상을 낸 모든 청약자가 1주 넘는 공모주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 이 때문에 자녀 계좌를 동원해 청약에 나서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십억원을 가진 고액 자산가들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차명계좌가 늘어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공모주도 주택 청약처럼 부양가족 수대로 가산점을 주고 다자녀 특별공급을 시행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가라앉으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는 균등제를 도입하면서 일반 청약자의 배정 물량도 전체 공모주의 20%에서 30%로 늘렸다. 우리사주조합이 청약하지 않은 미달분의 최대 5%가 개인에게 배정되고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우선배정 물량 10% 중 5%도 개인투자자에게 이전한다. 개인투자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최근처럼 증시가 활황이면 모르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개인과 달리 공모주를 대량으로 배정받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매도 물량을 조절하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증권사나 발행사와 협의해 공모주 매각 시기와 수량, 방법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개인은 공모주를 받으면 상장 후 주식 시장에서 파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개인은 공모가가 적정한지 따질 능력도 부족하다. 정보 비대칭 현상이 심한 증시는 개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배정 물량이 줄어든 기관들의 수요예측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공모가가 올라갈 수 있다. 공모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수익은 줄어든다.

공모주 균등배정제는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다.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규제를 남발한 것처럼 정부는 공모주 시장에서도 기회의 균등을 빌미로 규제를 신설했다. 규제의 효과는 시장이 알고 있다. 피해는 결국 개인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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