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자 채권뿐 아니라 주식을 공격적으로 발행하는 기업이 급증했다. 상장사의 증자 규모는 사상 최대에 이르렀고, 채권 발행액도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초기 신용경색 우려는 사라지고, 기업들은 유동성 장세를 자금 수혈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장기업의 주식 발행 규모는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합쳐 13조4400억원에 달했다. 작년 1년치인 10조7548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연말에는 그 규모가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도 사상 최대였던 작년 기록(55조19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장에서 통상 주주배정 방식의 대규모 증자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요즘 반응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투자자들이 기업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기업과 주주의 ‘윈윈’ 사례로 평가받는 증자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풍력 타워 제조업체 씨에스윈드가 대표적이다. 씨에스윈드는 미국에 풍력 타워공장 두 곳을 짓기 위해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3503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증자 발표 이후 시장에선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풍력 투자는 더 큰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저점 대비 6배 폭등한 씨에스윈드 주가는 증자 발표 이후 되려 올랐다. 2차전지 소재업체 포스코케미칼과 연료전지 제조업체 두산퓨얼셀 주가도 각각 시설 투자를 위한 대규모 증자를 발표한 뒤 선전하고 있다. 증자에 따라 주식 수가 늘면서 1주당 가치가 떨어지지만 자본 효율성을 꾀하는 동시에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받쳐주는 모양새다.
내년에도 주식 발행시장은 활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 발행은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IPO와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진형/오형주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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