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가 웬 프로야구?" 편견과 싸운 택진이형…9년만에 꿈 이뤄

입력 2020-11-25 00:02   수정 2020-11-25 03:23



"게임업체가 프로야구를 한다고?" "최고 200억원 이상 투자해야 되는데 운영할 수 있겠나"

2011년 3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를 창단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컸다. 1군 참가를 결정했을 때는 주변 구단들의 공공연한 반대에 시달렸다. 대기업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프로야구 판에 '중소기업'이 끼어들었다가 자칫 전체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 NC다이노스가 창단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의 왕좌에 올랐다. 아울러 NC 다이노스는 정규시즌 우승을 포함해 '통합우승'을 일궜다.

NC는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4-2의 승리를 거뒀다.

NC의 우승으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팀의 주역인 선수가 아닌 구단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편견과 싸우면서 키워온 그의 야구 사랑은 NC의 우승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

NC가 2015년 1군에 참여키로 하자 당시 주요 구단들은 대놓고 반대했다. A구단은 "현재 수준으로 팬들이 만족할만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 준비기간을 둬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B구단은 "한국 현실에서 중소기업 구단은 불가능하다"며 "인구 수로 따져봐도 우리나라는 6~8개 구단이 적당하다"고 했다.

당시 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리지니(NC소프트 주력 게임)가 언제까지 잘 나갈 것 같냐? 스카웃이나 제대로 되겠냐"거나 "야구광인 대표가 자기 취미를 위해 회사를 흔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그럴 때마다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간 운영할 수 있다"며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김 대표는 2013년 04월 NC가 마산구장에서 창단 첫 1군 홈 경기를 할 때도 선수단을 직접 응원했다. 당시 김 대표는 "그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매 시즌 기회가 될 때마다 홈구장을 방문했던 김 대표는 NC가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뒀을 때는 광주·대전 원정 경기와 창원 홈 경기까지 나흘 동안 선수단을 직접 따라다녔다.

김 대표는 NC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지난달 24일에는 홈 팬들 앞에서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았다.

당시 김 대표는 "창단 9년 만에 정규시즌을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구단주라는 권위 의식을 보이지 않고 친근한 형의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택진이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 대표는 2020 한국시리즈 진출 기념 점퍼와 모자를 착용하고 민트색 응원 도구를 흔들며 NC구단의 첫 한국 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IT기업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야구팀에 접목시킨 것도 김 대표였다. 현장 전문가인 감독과 코치진에 확실한 권한을 주고 선수, 운영진과도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엔씨소프트 직원들도 매 경기 130∼170명씩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양의지는 "김택진 구단주님과 감독님, 코치진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동욱 NC 감독도 우승 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팀적으로 구단주님과 대표님, 단장님 모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이뤄낸 김 대표는 또 한번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았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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