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로나보다 무서운 정세균 총리의 말

입력 2020-11-25 17:42   수정 2020-11-26 00: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나서 몸은 다 회복했지만 회사와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적인 시선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지난 9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50대 김모씨는 감염 이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확진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꼽았다. 병을 털어낸 지 오래지만 직장이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김씨를 향해 불안 어린 시선을 보내자 그는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코로나19가 재차 확산 국면에 들어서면서 질병 감염 자체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찍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달 27~29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는 감염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조사에서 질병 확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우려하는 응답자가 68.6%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대부분은 확진 자체에 대한 공포 못지않게 사회적 낙인찍기를 두려워한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공직자에게 공직기강 해이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했다.

정 총리의 발언을 놓고 공직사회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방역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은커녕 총리가 나서 공직자 사회에 낙인찍기 공포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정 총리의 기준대로라면 현재 자택 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참석한 저녁 모임에 함께 자리했던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자 22일 방역당국으로부터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택 격리 중이다. 19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격상한 첫날이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지난 3월 정은경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장(현 질병관리청장)은 확진자와 가족들, 그리고 자가격리자와 완치자들을 향한 국민의 따뜻한 배려와 응원을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이라며 “감염된 사실만으로 비난과 낙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금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세는 정 청장의 메시지가 지금도,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유효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특정 집단의 희생을 강요하고 낙인찍기를 조장하기보다는 감염자와 완치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회적인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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