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칼럼] 누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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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5 17:43   수정 2020-11-26 00:17

[오형규 칼럼] 누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냐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못마땅한 이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내 주변에는 문재인 정부 지지자가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아직도 40%대 지지율이 나오냐?” 여론조사 자체를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있다. 그것도 많이 있다. 당장 주위의 가족 친지 친구들을 한 명씩 떠올려 보라. 혹시 만나면 정치 얘기를 애써 피하거나, 모임을 따로 갖거나, 단톡방을 따로 만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매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일관되게 40%를 웃돈다. 표본의 편향성, 낮은 응답률에 숨은 암수(暗數) 등 문제점이 있지만 추세만큼은 그렇다는 얘기다. 파탄 난 소득주도성장, 자해행위 탈(脫)원전, 절망의 취업절벽, 분노유발 세금폭탄과 전월세 대란에도 불구하고 대선 득표율(41%) 밑으로 안 간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대통령 가운데 3년 반 시점에 가장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 박근혜 전 대통령은 33%였다.

이쯤이면 문재인 정부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허상은 아닌 게 분명하다. 누가 지지할까. ‘극성 문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40대, 여성, 호남의 지지가 아직 견고하다. 여기에 고학력 부유층 강남좌파와 고임금 대기업·공기업 정규직도 있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의 최대 수혜자다. 현 정권이 유지돼야 덕을 보는 좌파 생태계도 광범위하다. 세금으로 먹고사는 조세소득자가 1000만 명을 넘는다지 않는가.

이걸로 40%대 지지율을 다 설명할 수 없다. 평등 인권 노동 등 진보좌파 가치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고, 정치인을 대중스타처럼 소비하는 팬덤도 뚜렷하다. 1년여 전 조국 사태가 한창일 때 40대 초반 금융회사 팀장에게서 그 일단을 봤다. “그래도 나는 문재인 정부를 믿는다.” 맹목적 ‘선호’의 팬클럽 심리에 가깝다. 그러니 성희롱 사태, 지원금 유용, 입시 비리 등 무슨 일이 터져도 끄떡없다.

물론 ‘콘크리트’에도 균열 조짐이 있긴 하다. 불공정에 실망한 ‘이남자’(20대 남성), 부동산 영끌에 지친 30대, 초토화된 소상공인이 심상찮다. 부정평가가 50%를 웃도는 배경이다. 반대로 각종 지원금이 60대 이상 고령층을 파고들고, 신공항 카드는 PK를 흔들고 있다. 앞으로도 선거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귀신같이 찾아내는 신공을 발휘할 것이다.

게다가 대안 없는 야권의 지리멸렬로 인한 ‘야당복(福)’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재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을 합친 범여권 선호도가 45.1%(리얼미터 기준)로 범야권(37.0%)을 압도한다. 이런 추세면 내년에도 지지율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다.

임기 4년차에도 콘크리트 같은 ‘정치적 자산’을 가졌다면 나라 미래를 위해 써야 책임 있는 정권이다. 하지만 지지율과 174석 우위를 ‘법치 위에 통치’의 토대로 삼으니 “연성 독재”(윤평중 한신대 교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적폐청산부터 검찰개혁, 공수처, 탈원전 등의 전개 과정을 보면 목적은 오로지 정권안보만 남은 것 같다. 전월세 대란으로 인한 세입자 고통은 공공임대로 땜질하고, 세금폭탄으로 인한 조세저항과 ‘기업규제 3법’에 대한 경제계 반발은 되레 즐기는 듯하다. 코로나 사태, 분열과 갈등도 유리한 소재로 삼는다. 대신 노동개혁은 입도 뻥긋 안 한다.

요즘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30가지 약속 중 단 하나(‘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만 이행했다는 비판이 많지만, 3년 반 전 그 구절구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보다 훨씬 울림이 컸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고,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고,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고, 잘못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겠다.” 특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에 많은 국민이 기대했다.

이제 1년 반 남았다. ‘취임사 초심’으로 돌아가 그 약속을 하나하나 되새길 시간도 얼마 없다. BTS에 전 세계 팬이 공감한 것은 그들이 던진 ‘자중자애(自重自愛)’의 긍정 메시지가 통했기 때문이다. 지지율 반석 위의 대통령이 왜 긍정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나. ‘착한 임금님’, ‘단순히 좋은 사람’처럼 이미지 관리만 해선 곤란하지 않겠나.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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