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RCEP,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입력 2020-11-25 17:41   수정 2020-11-26 00:09

국제통상 협력의 새 시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열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 국가 지도자가 얼마 전 온라인상에서 만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각국 정상이 함께한 자리에서 통상장관들은 차례로 서명판을 들어 보였다. 8년간의 긴 협상 과정이 함축된 이 장면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협력관계의 시작을 나타낸다.

RCEP은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인도가 결국 불참했지만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주체가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RCEP은 한국 경제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까? 우선 한·아세안 FTA를 개선해 자동차 및 부품, 철강 등 분야에서 추가 개방 성과를 얻어냈다. 농산물을 비롯해 일본과의 경쟁이 우려되는 자동차, 기계 등 민감 품목은 우리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개방 일정을 유지했다.

둘째, RCEP으로 역내 통일원산지 기준을 마련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56개국과 16개 FTA를 체결했지만 협정마다 원산지 기준이 상이해 기업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RCEP에서는 단일 원산지 기준이 적용된다. 원산지 증명 역시 자율 증명 방식이므로 우리 기업은 한층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통일원산지 규정을 활용해 신남방 국가와 협업 체계를 개선할 수 있고 생산 네트워크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RCEP 협정국에서 재료를 조달해 가공하면 국산으로 인정되므로 한국 기업은 특혜관세를 적용받는다. 또 우리 제조기술을 전수하면서 한국에 유리한 역내 가치사슬 구축까지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새로 도입한 전자상거래 활성화 규정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한국의 ‘역직구’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2억5000만달러어치를 온라인으로 수출했다.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RCEP이 본격화되면 시장이 커지는 것은 물론 협정국의 진입장벽도 낮아질 것이다.

일부에서는 RCEP에 특정 국가의 이익이 많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하지만 어느 한 국가의 주도로 다자간 협정이 타결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오히려 중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일본을 중재하고 인도를 설득하는 동시에 아세안 국가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누군가의 조율이 절실했다. 우리가 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국에 필요한 추가 개방을 얻어내고 민감 품목을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글로벌 GDP 증가율을 -4.5% 내외로 예측했다. 한국은 ‘K방역’ 효과에 힘입어 1%대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RCEP 협정국 간 산업·경제 협력까지 활성화되면 한국의 역량과 리더십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가 RCEP에 참여할 때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소재·부품·장비 분야 자립의 계기로 삼았듯이, 우리는 위기 때마다 기회를 찾아내면서 더욱 강해졌다. 우리에게는 시장 개방의 파도를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극복해낸 자신감이 있다.

RCEP은 우리말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다. P의 파트너를 동반자로 풀이하고 있다. 동반자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산업화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한 공감의 자산을 갖고 있다. RCEP은 역내 신흥국과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숙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 통상협력의 새 시대를 이끌 기회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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