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입력 2020-11-25 17:46   수정 2020-11-26 00:06

1969년 7월 21일은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역사적인 날이다. 그날은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에서도 임시공휴일이 선포됐는데, 그 장면을 TV 중계로 지켜보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린 마음에도 미국은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전지전능의 나라 같았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10달러, 수출액은 6억달러에 불과했다.

세월이 흘러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미국이 대처하는 걸 보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미국 제품이 ‘미제’로 불리며 최고의 상품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자동차는 물론 전자제품에서 담배에 이르기까지 소위 선진국에서 수입된 ‘외제품’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반세기가 흐른 2020년의 상황은 좀 달라진 듯하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쩔쩔매는 나라가 됐고, 우리는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반도체부터 아카데미상, 방탄소년단(BTS)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한국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그 사이 우리만 발전한 것은 아니다.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가 1989년이었다.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경유해 이틀 기다린 끝에 비자를 받아 중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학술대회 마지막 날, 만찬 말미에 열린 공연에 현지 가수들이 88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 잡고’를 중국어로 불렀다. 국제학회였기 때문에 한국 참가자들을 위해 부른 노래는 아니었는데, 노래를 들으며 순간 눈물이 핑 돌도록 감격스러웠다. 당시 옆에 앉았던 중국 참석자들은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을 몹시 부러워했는데, 이제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의 경제대국이 됐다.

우리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달러에서 600배 증가한 3만달러를 웃돌고, 무역액은 1만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아직 카페에서 커피를 담아준 튼튼한 일회용 컵을 던져버리려면 망설여지고 ‘이래도 되나’ 죄책감이 든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당장 세상이 망할 것 같고 못마땅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은 변하지 않는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내가 청년이던 시절, 부모님 세대는 장발에 통기타나 두드리는 너희에게 과연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셨다.

요즘처럼 세대 간 갈등이 심각했던 적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세대 변화와 가치 충돌은 계속 있어 왔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구세대라면 신세대였던 때를 돌아보고, 신세대는 곧 기성세대가 될 자신을 떠올려보는 마음 훈련이 변화의 속도를 수용하고, 갈등을 극복하는 마음 근육을 키워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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