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추 장관이 제시한 여섯 가지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사유들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검찰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통상 면직이나 해임 등 중징계가 예상될 때 하는 조치인데, 과연 그만한 혐의인지 여부를 놓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추 장관은 전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판사들의 과거 주요 사건 판결 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을 수집해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문건을 직접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누군가를 흠잡거나 비난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고, 미행이나 뒷조사를 통해 만든 게 아니다”며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문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원활한 공소유지 업무를 위해 이런 자료를 작성하는 것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적법한 업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로펌업계에서도 소송 재판부의 성향 분석은 보편적인 업무다. 대검 감찰부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뒤늦게 대검 수사정책정보관실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에선 “설익은 근거로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켰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선(先)징계 후(後)확인’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찰 개시를 통보했다”고 성명불상자(누군지 모름)에게 알림으로써 언론에 흘려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유출 경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유출 통로로 ‘성명불상자’를 지칭한 것 자체가 확실한 근거가 없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의 논리대로라면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사실과 윤 총장의 혐의를 대중에 공개한 것도 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 측은 “퇴임 후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것을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검사의 정치운동 등을 금지한 검찰청법 제43조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냐”는 시각이 있다. 다만 윤 총장이 국감에서 명쾌하게 “정치에 뜻이 없다” “지금은 검찰총장 직에 충실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하지 않아 빌미를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진상 확인이란 통상 내사 이후, 감찰대상자에 대한 본격적인 감찰에 착수하기 이전에 실제 비위 혐의 등을 조사하는 단계를 가리킨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