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노조 '파업' 기싸움…정의선 '소통 경영' 시험대

입력 2020-11-25 07:39   수정 2020-11-25 07:40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직후 각 계열사 노조가 파업 행보를 보이며 기싸움에 나선 모양새다.

정 회장 취임 한 달여 만에 기아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단행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27일까지 하루 4시간씩 일손을 놓는다. 기아차 노조는 당초 전날 부분파업을 예고했다가 하루 유보하고 사측과 임단협 14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결정 사항대로 부분 파업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잔업 복원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요구안에는 이사회 사퇴도 있다. 기아차는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비용 1조2592억원을 반영했다. 세타2 엔진에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해당 엔진이 탑재된 미국 417만대, 국내 52만대 등 모두 469만대의 차량에 평생보증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러한 품질비용 반영을 노조원의 임금과 복지를 줄이는 고의적인 실적 훼손으로 규정하고 이사회 사퇴를 요구했다.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파업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2%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현대위아 역시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의 찬성률을 기록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제철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아직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룹 계열사의 연쇄 파업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계열사 노조들은 지난 23일 공동 성명을 내고 '노동 존중'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이자, 회장 취임 보름 만에 현대차 노조와 오찬을 하며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간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고 당부했다. 노사관계를 강조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계열사 노조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인 관행과 노사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그 바탕 위에 계열사의 자율 교섭, 노동 존중, 경영 투명성이 현대차그룹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평소 수평적 소통과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 체질 개선을 강조해온 정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 회장의 '소통 경영'이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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