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 아시아 최초 유방암 예후 진단검사 승인받은 젠큐릭스

입력 2020-12-21 08:58   수정 2021-07-11 13:30

<p> ≪이 기사는 12월 21일(08:58)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재발 및 전이를 막기 위한 항암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 의사들의 경험과 판단 아래 항암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한다. 이제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생겼다. 분자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조직의 체외진단을 통해 재발 및 전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분자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은 조상래 대표는 암 환자를 위한 분자진단 제품을 개발해보자는 생각으로 젠큐릭스를 창업했다. 암 환자들이 불필요한 항암제 처방을 피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좋은 항암제가 많이 출시됐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항암제 처방이 필요 없는 경우를 선별할 수 있다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 예후 진단’으로 연 1000억 원 매출 기대

젠큐릭스의 첫 분자진단 제품은 유방암 예후진단키트 ‘진스웰BCT’다.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조직 검체를 검사해 10년 내 재발 및 전이 위험도를 예측한다. 호르몬수용체(HR)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인 1기 및 2기 환자가 대상이다.

진스웰BCT는 암 조직에서 바이오마커 6종을 측정한다. 측정한 바이오마커를 수치화해 이 회사가 고안한 알고리즘에 대입하면 0~10점 사이의 점수가 도출된다. 4점 미만은 10년 내 다른 장기에 전이될 위험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4점 이상은 10년 내에 다른 장기로 전이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적극적인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

그동안 유방암 예후 진단업체가 있긴 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는 정식으로 승인받은 기업이 없었다. 검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400만~500만 원의 비용을 내고 해외로 검체를 보내 3~4주 후 분석 결과를 받아야 했다. 진스웰BCT는 1주일 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300만 원대다.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경우 환자의 비용 부담은 수십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아시아인에게 잘 맞는 지표를 활용한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에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서양에 비해 3~4배 많다. 조 대표는 “유방암은 인종 간 차이가 큰 질환”이라며 “젠큐릭스 제품은 아시아권에서 흔한 50세 미만 폐경 이전 환자를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젠큐릭스는 진스웰BCT에 대해 2016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최초 사례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장 진입은 늦어졌다. 신의료기술인증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신의료기술인증은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해 식약처 승인과 별개로 한 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제도다. 젠큐릭스는 약 4년이 흐른 지난 10월 진스웰BCT에 대한 신의료기술인증을 받았다.

젠큐릭스는 내년부터 진스웰BCT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향후 5년 내 연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는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의 적응증을 확장하기 위한 동반진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입랜스는 유방암 재발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다. HR 양성 및 HER2 음성 환자에게 처방된다. 진스웰BCT 검사와 같은 조건이다.

액체생검 동반진단 제품 4개 내년 출시

젠큐릭스가 예후 진단과 함께 준비해온 사업 영역의 한 축이 동반진단이다. 동반진단은 암 조직에 대해 돌연변이 검사를 수행해서 특정 표적항암제를 처방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다.

‘진스웰 ddEGFR Mutation Test’는 현재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하는 동반진단 제품이다. 회사는 이 제품을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동반진단 검사제품으로 식약처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NECA의 신의료기술인증도 받았다.

최근에는 암 조직이 아닌 혈액을 검사하는 액체생검 동반진단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혈액 내 암 조직 세포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DNA 조각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혈액 기반 DNA 검사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의 차세대 플랫폼인 ‘ddPCR(droplet digital PCR)’ 기법을 활용한다. PCR은 유전물질을 증폭하는 기술이다. ddPCR은 검체를 2만 개로 나눠서 각각 증폭 반응을 한 후 표적한 유전물질의 수를 세는 방식이다. 기존 PCR보다 민감도(양성 판별률)가 비교적 높을 뿐 아니라 절대적 정량 분석이 가능하다.

회사는 ddPCR 방식으로 액체생검 동반진단 제품들을 암종별로 개발하고 있다. 각각의 제품은 K-RAS, b-RaF, cMet, PIK3CA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 여부를 판단한다. 각각 대장암, 갑상선암, 폐암, 유방암에 대한 특정 계열의 약물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이다. 조 대표는 “승인받은 다른 회사 제품이 있지만 민감도가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며 “혈액을 기반으로 높은 민감도를 구현할 수 있다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제법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장암과 간암에 대한 액체생검 조기진단 제품도 개발을 완료했다. 암이 발생한 이후 혈액 내에 나타나는 특정 암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것이다. 대장암 및 간암에 대한 바이오마커는 특허를 출원했다. 두 제품 모두 내년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하반기 코로나19 진단제품 매출 기대

젠큐릭스는 그동안 독자적인 기술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분자진단검사 개발의 여러 단계에서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내재화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바이오마커 및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알고리즘에 대해 여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는 “먼저 시작한 기업들이 쌓은 특허 장벽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동등 이상의 효과를 가진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젠큐릭스는 2015년 KT와 합작사 엔젠바이오를 설립했다. 엔젠바이오는 한 번에 여러 지표를 검사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검사와 관련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NGS 검사는 한 번에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다양한 암에 대해 조기 진단하는 기술이다. 젠큐릭스는 자체 바이오마커와 엔젠바이오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합쳐지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투자를 했다. 엔젠바이오가 추진 중인 미국 실험실표준인증(CLIA)랩 인수를 함께 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분자진단 장비 및 시약에 전문성을 가진 미국 바이오라드와의 협업도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이다. 회사는 바이오라드의 시약과 장비를 좋은 가격에 들여와 매출이 일어나면 일부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지난 3월 계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제품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유전자 증폭 분자진단 방식의 제품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기존 진단키트의 96개보다 많은 384개 검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지난 8월에는 나노바이오라이프를 인수했다. 나노바이오라이프는 공초점 광학스캔 및 정량화 분석에 대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젠큐릭스가 가진 시약 중심의 제품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두 회사의 협력으로 진단제품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젠큐릭스는 자체 개발한 PCR 및 항체 키트에 이어 나노바이오라이프를 통해 항원진단키트도 수출 허가를 받았다. 조 대표는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통해 진단장비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노바이오라이프를 통해 장비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관련 실적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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