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걱정도 팔자'라 지쳐버린 현대인들을 위해

입력 2020-11-26 18:05   수정 2020-11-27 03:00

현대인은 옛사람들보다 위생을 챙기며 건강하게 산다. 해충이 나타나면 살충제를 뿌리고 아프면 주사를 맞는다. 몸을 치장하려고 화학물질도 개발한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태산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불안하게 할까.

미국 신경공학자 리스 존슨이 에릭 처들러 워싱턴대 신경기술센터장과 함께 쓴 《걱정이 넘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북》에선 현대인의 ‘걱정거리’를 꼼꼼히 짚는다. 설탕·카페인·알코올 등 먹거리부터 의료감염·납·휴대폰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를 망라한다.

저자는 걱정할 대상을 수치로 풀어낸다. ‘걱정지수’를 측정할 때 세 가지 척도를 활용한다. 예방 가능성과 발생 가능성, 결과다. 예방 가능성은 우리 능력으로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발생 가능성은 위험 요소에 노출될 때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다. 결과는 해악을 끼치는 정도다.

걱정지수에 따르면 설탕과 납은 ‘걱정할 대상’들이다. 설탕은 각종 가공식품에, 납은 상수도 파이프와 페인트에 섞여 있다. 저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섭취하는 식음료에 과당이 들어 있다. 건물 내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납 성분도 피할 길이 없다”고 설명한다. 또 “의지를 갖고 제품 성분표를 꼼꼼히 따져 두 물질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면 된다”고 주장한다.

걱정해봐야 소용없는 물질도 있다. 가축 항생제가 그 예다. 저자에 따르면 매년 수천여 명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감염돼 사망한다. 이 균은 항생제를 남용해 가축 체내에 쌓이는 세균이다. 피할 방법도 없다. 항생제 없이는 지금처럼 공장식 사육장을 운영할 수 없어서다.

걱정거리들은 결국 인류의 산물이다. 삶을 풍요롭게 꾸리려 각종 항생제와 화학물질을 발견했다. 굶어 죽고 곤충에 뜯겨 죽어가던 조상들에 비하면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저자는 “걱정이 덜해 과거가 낭만적으로 비치지만 생존을 향한 치열한 투쟁이 있었다”며 “걱정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무엇을 걱정할지를 고려할 게 아니라 어떻게 고쳐나갈지를 논할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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