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주국"…訪韓 속셈 드러낸 왕이

입력 2020-11-27 17:13   수정 2020-12-04 16:26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국도, 중국도, 190여 개국 모두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국가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지난 26일 이번 방한이 미·중 경쟁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나만 더 질문하겠다는 말에는 “또 미국 문제냐”는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왕 장관의 방한이 한·미·일 삼각공조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왕 장관은 그동안 몇 차례 방한을 미뤄왔다. 결국 방한은 미국 대선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시점에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나온 “한국은 자주국”이라는 그의 말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한말 일본이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강조했던 것이 떠올랐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청나라가 언급됐다. 야권은 왕 장관 방한에 당·정·청 인사가 총출동한 것에 대해 “옛날 명나라·청나라 칙사 떠받들듯이 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서열 20위권이라는 왕 장관의 방한 일정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을 비꼰 말이다. 왕 장관은 26일 외교장관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데 이어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면담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이 강력한 여운을 남긴 것과 달리 광폭 행보 뒤의 ‘선물 보따리’는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철회 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우리 측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요구에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회담 24분 지각이라는 외교적 결례에도 불구하고 ‘과잉 의전’이라 불릴 정도로 대접했지만 정작 한국이 기대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고 간 셈이다.

중국은 되레 선물을 받아갔다. 중국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 참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외교부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5세대(5G) 네트워크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자체적인 구상이다. 미국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한국 참여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상황에서 이에 대항하는 네트워크에 한국이 동참하겠다는 걸로 해석될 수 있다.

왕 장관의 방한 목적이 한·미 공조 견제에 있었다면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왕 장관의 방한 기간 중 미국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25는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이라 했고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는 피로 맺은 유대관계”라고 말했다. “‘동맹 중시’ 바이든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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