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 몰려든 '카공족'…"방역수칙 무슨 의미있나"[현장+]

입력 2020-11-29 09:30   수정 2020-11-29 15:4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카페는 죽으란 얘기다. 밥은 되는데 커피는 왜 안 되나. 이런 대책이 무슨 소용 있느냐." - 카페 주인 조모씨
"형평성도 없고 실효성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럴 거면 카페는 왜 막았는지? 쓸데없는 대책 같다." - 시민 김모씨
정부가 지난 24일 0시를 기점으로 수도권에서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카페 매장 이용이 막혔다. 포장(테이크아웃)만 허용된다. 밀집도 완화 등 감염 확산 환경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카페를 막자 발길이 다른 곳으로 향해 '풍선효과'를 낳았다. 오히려 밀집도가 더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대표적인 게 패스트푸드점.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까지 패스트푸드점으로 쏠리면서 곳곳에서 기본적 방역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매일 가게를 내놓을지 고민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대책이 방역 효과를 낼 것 같지도 않아 답답하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방역당국이 '일반 카페는 실내취식이 안 되지만 브런치 카페는 허용한다'는 이해 안 되는 방침까지 내놓으면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방역 대책이 일관성과 실효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졸속 대책'과 '탁상 행정'이란 비판이 터져나왔다.
카페 막으니 패스트푸드점으로 쏠리는 발길
27일 오후 2시경 <한경닷컴>이 찾은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패스트푸드점들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점심식사 시간이 지났을 때였지만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테이블 사이사이 붙어 있는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 스티커가 무색할 정도였다.


평소 카페에서 보이던 모습이 패스트푸드점으로 옮겨왔다. 창가 쪽 테이블은 카공족 차지였다. 다닥다닥 붙어앉아 노트북을 폈다. 중간중간 3~4명씩 무리 지어 팀별 과제나 스터디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매장이 꽉 차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취업준비생 임모씨(23)는 "카페를 닫아놔 여기 와서 노트북을 폈다. 스터디 조원들과 함께 과제를 해야 하는데 지금 열려 있는 스터디 카페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며 "회의할 곳도, 과제를 할 곳도 마땅치가 않다"고 털어놓았다.

프리랜서 김모씨(39)도 "카페를 못 가서 온 건데 너무 불편하다. 직업 특성상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차피 이렇게 사람이 몰리면 감염 위험이 커지는데 (이런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한 상황이 계속됐다. 방문자 중 절반가량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특히 사람이 붐볐던 매장 2층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끔 쓰레기를 정리하러 올 뿐, 테이블 간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거나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커피만 시켜놓고 마스크를 턱에 걸고 얘기하거나, 음식을 다 먹은 이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휴대폰 영상을 들여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몇몇 여성은 오랜 시간 화장을 고치거나 친구들과 셀프카메라를 찍기도 했다.

추워진 날씨에 환기와 소독이 제대로 되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취재진이 살핀 3시간여 동안 출입문과 창문이 없는 2층에선 별도로 환기를 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내부 환경에 빨리 가게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방역 구멍을 우려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가게를 나서던 대학원생 김모씨(25)는 "카페는 오히려 마스크 벗으면 써야 한다고 얘기도 하고 환기나 소독도 자주 했는데, 여기는 아예 손 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패스트푸드점, 브런치 카페는 되고 카페만 안 된다는 게 의미가 있나. 형평성 때문에 자영업자들끼리는 싸우고 실효성은 없는 대책을 왜 내놓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30% 할인' 해도 정적만…"죽으라는 얘기"
반면 인근 연남동까지 이어진 카페들은 정적만 감돌았다. 카페 창문 곳곳에는 '테이크아웃 30% 할인' '전 메뉴 30% 할인' 등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카페 주인들은 "매출 자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한 카페 10곳 중 절반은 "오늘 첫 손님"이라며 반겼다. 이들은 방역 대책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똑같이 식음료를 판매하는데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음식점과 다르게 조치하는 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여섯 테이블의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씨(45)는 "저희끼리 밥은 되는데 커피는 왜 안 되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면서 "형평성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카페)를 막으니 패스트푸드점으로 사람이 몰리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방역 대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어려워지는 조치들이 일관성은 없으니 실효성 있나 계속 의심하게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미 가게를 내놨다는 김모씨(55)는 "손님 앉아봐야 2~3명 머물렀는데 그것까지 막으니 답이 없다. 원래 사람이 바글거리지도 않는 곳인데 왜 우리에게 실내취식을 금지한 것인지 이유도 정확히 설명 안 해주니 답답하다"면서 "임대료가 몇 달째 밀려서 지금 가게를 내놓았는데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 보증금만 계속 까먹고 있다. 그야말로 죽으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남편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2)도 "졸속 대책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예고도 없이 2단계 조치로 한 순간에 가게 문을 닫을지, 인건비를 줄여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죽자는 게 아니라 살자는 것이다. 차라리 음식점과 카페 모두 인원 제한,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런치카페 OK'에 지자체 혼란도…"이해 안된다"
방역당국의 일관성 없는 운영 제한 지침은 또 있다. 일반 카페에서는 포장·배달만 허용되는 등 조처가 강화됐는데, 음식과 음료를 모두 파는 브런치 카페 등의 실내취식은 허용했다. 동종업계 종사자 간에도 갈등이 빚어졌다.

당국이 일반 카페와 브런치 카페를 구분하는 기준조차 명확히 세우지 못하면서 직접 단속해야 하는 지자체에선 혼란을 빚기도 했다. 현실을 반영 못한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페 업종이 원래 식품위생법상 일반 음식점과 구분이 없는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이를 구분해 단속하라고 지시를 내려보냈다.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데 이 때문에 현장 어려움과 각 자치구 혼란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법 규정에 있는 업종별로 핵심방역지침을 내려보내 달라고 중대본에 건의했다. 그제야 카페 정의를 한 번 더 정리해 보냈는데 이마저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이후 중대본의 추가 입장이 없어 서울시 자체 기준을 다시 정리해 자치구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일관성 없는 방역 메시지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방역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식당이나 브런치 카페, 일반 카페 모두 무엇을 먹고 얘기한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위험성이 같으므로 차등 적용이 필요 없다"면서 "위험도 차이가 없는데 한쪽이 더 경제적 피해를 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정부 설명은 과연 방역 효과를 우선한 조치인지 의심스럽다. 혼란만 일으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음식점과 카페의 위험도를 각각 평가해 동일할 경우엔 같은 거리두기, 환기, 소독 등의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방역본부의 정책 방향은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방역당국 지침이 큰 정책부터 말단에 이르는 지침까지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방역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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