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보다 종교활동 우선"…보수로 기운 美 대법원

입력 2020-11-27 10:25   수정 2021-02-25 00:01


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보다 종교활동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을 강행하며 연방대법원을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5대 4로 종교단체 승소…트럼프 지명 대법관이 결정적 역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가톨릭과 정통파 유대교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코로나19 위험지역(레드존)은 10명, 덜 위험한 지역(오렌지존)은 25명으로 예배 참석 인원을 제한한 행정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이 뒤로 밀리거나 잊혀져서는 안된다"며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레드존에서 종교시설의 경우 참석자를 10명으로 제한하면서 슈퍼마켓이나 애견용품 판매점 등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관 9명의 의견이 5대 4로 갈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은 연방대법원이 올해 초에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종교시설 참석자 규제 조치는 인정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고 배럿 대법관이 취임한 뒤 대법원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배럿 대법관은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보수 성향 대법관이다. 당시 민주당의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활용해 배럿의 상원 인준을 밀어붙이면서, 기존 5대 4이던 보수 대 진보 대법관의 구성 비율이 6대 3의 보수 절대 우위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판결을 설명하는 블로그를 리트윗한 뒤 "즐거운 추수감사절"이라고 전했다. 종교단체 측 변호인은 "대법원이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결정해 준 데 감사하다"고 논평했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로버츠 대법원장은 "치명적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에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이날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자신의 철학과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기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실질적인 효력을 내지는 않는다. 현재는 경계수위가 내려가 인원 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도 이번에 문제된 지역은 이미 규제를 완화했으므로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좀더 폭넓은 집회 제한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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