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시화호에서 바라보는 철새떼의 군무는 장관이다. 수면 위를 한가로이 노닐다가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일제히 비상해 하늘을 뒤덮는다. 그걸 보고 “새들이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라고 하면 곤란하다. 새가 힘차게 날개를 치는 소리는 ‘푸드덕’이다. ‘푸드득’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말이다. 매일 아침 화장실에 들러 ‘볼일’ 볼 때 나는 소리다.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판에서 ‘푸드득’을 찾으면 두 번째 올림말에 ‘→ 푸드덕’으로 설명돼 있다. 이 화살표(‘→’)는 새가 날개 치는 소리로 ‘푸드득’은 비표준어이니 ‘푸드덕’을 찾으라는 뜻이다. ‘우루루’ ‘주루룩’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사전에서 찾으면 각각 화살표가 붙어 있다. 화살표는 맞춤법상 문장부호는 아니다. 단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풀이할 때 표준어인지 아닌지를 나타내기 위한 사전부호일 뿐이다.
어떤 단어들은 표제어에 아라비아 숫자로 어깨번호가 달려 있다. 이는 같은 형태의 단어들을 배열한 숫자다. 가령 ‘가사’라는 단어를 알아보자. 아마도 노래 가사, 즉 노랫말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그다음으로 ‘집안일’ 정도가 생각날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우리말 ‘가사’를 모두 12개 보여준다. 이 가운데에서 노랫말을 뜻하는 단어는 아홉 번째(‘가사9’)에 나온다. 집안일 의미의 가사는 다섯 번째(‘가사5’)에 올라 있다. 이 순서에도 기준이 있다. 동형어가 한자어일 때는 첫 음절의 한자 획수가 적은 순으로 배열돼 있다.
이에 비해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사용 빈도에 따라 배열했다. 노랫말을 뜻하는 가사가 첫 번째로, 집안일에 해당하는 가사가 두 번째로 나온다. 언중이 많이 쓰는 말을 기준으로 해 찾기 편하게 순서를 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럴 때 부딪치는 고민 중 하나가 서술어를 무엇으로 선택할지다. 예를 들면 고삐는 채우는 것일까, 채는 것일까? 고삐는 마소를 몰거나 부리기 위해 잡아매는 줄을 말하므로 채거나 잡거나 쥐거나 당길 수 있다. 또 조이거나 늦추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고삐를 죄다/고삐가 풀리다’가 전형적 용법이다. 하지만 이를 ‘채울’ 수는 없다. 굴레는 ‘씌우다/벗다’로 쓰고, 멍에는 ‘메다’, 재갈은 ‘물리다’ 같은 서술어가 제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용례와 관용구/속담 항목에 담겨 있다.
“명절을 앞두고 송편을 만들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주택자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원칙을 만들어~.”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혹시 글을 쓸 때 무심코 또는 습관적으로 ‘만들다’를 남발한다면 지금 당장 국어사전을 펴보는 게 좋다. 송편을 빚고, 프로그램을 짜며, 자금을 마련하고, 원칙을 세우고, 관계를 맺는다고 하면 훨씬 말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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