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디지털 화폐 전쟁 막올랐다…달러패권 흔들까

입력 2020-11-27 15:39   수정 2020-11-27 15:40

지난 3월19일 코로나19 사태로 패닉(대공항)에 빠진 전세계 금융시장은 ‘달러 쟁탈전’을 벌였다.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 엔화를 비롯한 안전자산도 팔아치웠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날 밤 전세계에 통화스와프 형태로 달러를 공급한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과 달러의 위상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

미국은 지난 7월 달러를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저울질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응하고자 홍콩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홍콩달러 가치를 미 달러당 7.8달러에 고정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했다. 홍콩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부를 수 있는 결정이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두 사례를 통해 “화폐를 통제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쑹홍빙 저 화폐전쟁)는 사실을 재실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중국도 막강한 달러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수단 마련에 절치부심이었다. 올들어 그 수단의 하나로 디지털화폐를 들고 나왔다. 중국,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참여하는 디지털화폐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다음달 12일 중국의 대형 할인행사가 열린 '쌍십이절'(12월12일)을 맞아 쑤저우 시민에게 추첨을 통해 디지털위안을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지난 10월 선전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화폐를 나눠준 이후 중국의 두 번째 유통 시험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험들을거쳐 2022~2023년에는 중국 유통화폐의 20~30%가량이 디지털화폐로 대체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이 디지털화폐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탄탄한 달러패권을 흔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세계 각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1.3%로 집계됐다. 위안은 고작 2%다. 지난 8월 국제 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 1.9%에 그쳐 달러(38.9%)에 달했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 디지털화폐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인류 역사에서 통화패권이 바뀐 사례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 파운드에서 미국 달러로 넘어간 것이 유일하다”며 “달러패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디지털화폐 도입은 전세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경쟁을 불러왔다. 개인과 기업, 산업, 국가 경제에 파급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거나 통화정책의 새 수단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화폐가 담긴 '전자지갑'만 있다면 시공간을 초월해 거래를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사용내역을 일일이 감시할 수 있는 만큼 사생활 침해 등 '빅브라더'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디지털화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가 1985년 처음 제안했다. 중앙은행이 휴대가 불편한 지폐와 동전을 폐기하고 그 대신 온라인 예금계좌를 각 개인에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도 정체가 베일에 쌓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10월 비트코인과 디지털장부인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담은 논문을 공개하면서 디지털화폐의 기술과 체계 기반이 마련됐다.

2014년 12월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를 쓰는 에콰도르가 사상 처음 디지털화폐를 선보였지만 달러 선불카드에 불과한 것으로 2018년 4월 발행·이용이 중단된다. 선진국 가운데 2015년 영국 영란은행이 디지털화폐 연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 실험에 도입했다고 2016년 공식 발표했다.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며 기존 통화와 가치가 연동된다. 지폐·동전 없이 전자 장부에 숫자로만 오가는 거래의 수단이다. 개인들은 스마트폰 등에 전자지갑을 두고 디지털화폐를 저장하고, 거래할 수 있다.
디지털화폐는 통상 스마트폰을 통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개발한 '전자지갑'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전자지갑에 디지털화폐를 담아 사용이 가능하다. 지폐와 동전과 달리 위조의 위험도 없다. 일반 은행 계좌와 연동되지 않는 동시에 인터넷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간편결제 시스템과 다르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개인과 기업에 직접 나눠주는 과정에서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현금 유통과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개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과 카드회사의 경우 디지털화폐의 등장을 제 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실적 악화를 넘어 존폐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로 개인의 금융거래를 거의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암시장을 줄이거나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디지털화폐와 결제시스템이 몰린 중앙은행이 자칫 사이버 테러 공격을 받을 경우 자칫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화폐가 도입되어도 현금을 완전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경우 15세 이상 성인 가운데 예금계좌가 없는 사람은 228만명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는 17억명에 이른다. 이들처럼 은행과 계좌, 정보기술(IT)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을 위해 현금은 계속 발행되어야 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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