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병상 1800여개 뿐인데…'자가치료'에 뒷짐 진 방역당국

입력 2020-11-27 17:16   수정 2020-11-28 00:33

지난 26일 오전 6시 인천국제공항. 멕시코와의 A매치 평가전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떠났던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전세기를 타고 입국했다. 이들 중 골키퍼 조현우(울산 현대)와 공격수 이동준(부산 아이파크)은 현지에서 나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물론 국내에서도 입원치료 없이 격리해제됐다. 오스트리아 방역지침에 따라 10일간 자가(재택)치료를 하면 퇴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르다. 국내에선 무증상·경증 환자도 모두 별도 시설에 입원해야 한다.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진자 급증 상황을 대비해 한국도 하루빨리 자가치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일반 병상 가동률은 26일 기준 55%다. 1800개 넘는 병상이 남았지만 매일 확진자가 500명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병상 배정이 늦어지고 있다. 중환자 치료 병상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 병상 가동률은 82%로, 남은 병상은 100개 정도다. 방역당국은 지금 같은 상황이 2주 넘게 지속되면 치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70~80%는 무증상·경증 환자다. 젊고 건강한 환자까지 입원 병상을 차지하면 치료를 시급히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제때 입원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지난달 13일부터 자가치료를 할 수 있도록 감염병 예방법이 개정됐다. 자가치료를 거부하면 치료비는 모두 환자가 낸다.

방역당국도 이런 자가 치료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 인식이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확진자가 있으면 배수구 등을 통해서도 감염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도 부담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실제로는 집에 있어도 되지만, 집에서 무엇을 할지 등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병의 성격을 깊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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