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전에 집 사자"…'모니터링 지역' 몰려든 실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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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29 09:17   수정 2020-11-29 13:00

"규제 전에 집 사자"…'모니터링 지역' 몰려든 실수요자들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씨(34세)는 지난달부터 지역 맘카페와 어린이집 엄마들 단톡을 보다가 맘이 급해졌다. 천안이 규제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으니 집을 빨리 사자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증금 2억원에 새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이 연장됐지만,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데다 집값도 너무 올라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다른 집 부부들은 청약도 열심히고 아산까지 집을 알아보러 가기도 한다"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애들 집에서 보면서 너무 힘든데다 부동산까지 고민되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경기도 김포시와 부산광역시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광역시 수성구 등 7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더불어 울산광역시와 천안, 창원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대의 부동산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황이다.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르면서 주변지역까지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풍선효과를 알게 된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 오기 전에 매수하자"…"주변 도시라도 미리 사놓자"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모니터링 지역과 주변에 풍선효과가 기대되는 도시들로 매수자가 동시에 급격히 몰리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값이 오르는 걸 본 수요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서다. 지난해 대출규제로 서울이 묶이자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이 올랐고, 수용성에 규제를 시작하다 인천 군포 의왕 등까지 집값이 요동을 쳤다. 6·17대책으로 규제를 또 꺼내들자 김포 집값이 올랐고 최근에 규제지역이 됐다.

지역 수요자들은 '차기 규제지역' 혹은 '차차기 규제지역(차기 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를 볼 곳)'을 찾아 매수에 나서고 있다. 천안에서는 지난 19일 발표 이후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김씨가 살고 있는 '천안레이크타운 2차 푸르지오' 전용 84㎡는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반기의 집값이 하반기에 전셋값이 됐다. 지난 21일 6억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4억원 후반내지 5억원이면 매매가 가능했다. 6·17대책 이후 가파르게 오르더니 6억원을 넘었다. 전셋값 상승은 더 심하다. 2018년 입주당시 1억2000만원에도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이 단지는 임대차법 시행이후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이달들어 체결된 전세계약은 3억9000만원이고, 나와있는 매물은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천안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불당동 일대는 매물의 호가가 억단위로 뛰었다. '불당지웰더샵' 전용 84㎡는 지난 1일 8억2000만원에 계약이 나온 이후 줄다리기가 한창인 상태다. 로열층에서 나온 매물은 9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약 20건의 계약이 쏟아지면서 연이어 신고가를 기록했던 '불당린스트라우스 2단지'도 잠잠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들어 7억875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 19일 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불당동 A공인중개사는 "집값이 적어도 9억원 언저리까지는 충분히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나왔던 매물이 대부분 들어갔고 계약 얘기가 오갔던 매물들도 집주인들이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매매·분양권 웃돈…11·19대책 이후 억단위로 뛰어
분양권 상승세는 더하다. 천안 푸르지오레이크사이드(1023가구)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25일 6억5173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8월 4억3000만원대에 공급된 아파트지만, 3개월 만에 2억원이 넘게 상승했다. 귀해진 매물의 호가는 7억원을 넘긴 상태다. 이렇다보니 분양 아파트는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구에서 대우산업개발이 공급한 '이안 그랑센텀 천안'이 이런 경우다. 1순위에서 418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2098명이 신청해 평균 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에서는 14가구에 5047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360대 1에 달했다. 단지는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분양권 전매가 즉시 가능하다보니 청약자들이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예상보다 청약 열기가 높아서 계약도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7대책이 이후 천안의 아파트값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상승했다. 지난 6월22일부터 11월23일까지 천안시 서북구의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8.21%, 동남구는 4.10%를 기록하고 있다. 천안 집값이 치솟으면서 주변지역인 아산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다.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일대 3027가구의 '호반써밋 그랜드마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대단지에 지방 택지지구로 전매제한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비규제지역이다보니 차익이 높고 대출이 충분하다는 기대감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다보니 서울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는 게 분양관계자의 얘기다.
울산 규제임박에…포항 아파트, 거래량 급증에 '신고가'
이러한 분위기는 천안 뿐만이 아니다. 모니터링 지역으로 꼽힌 울산과 주변지역인 포항 및 경주까지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울산은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지난 19일 이후 조사에서 울산지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1월 4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조사에서 울산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65% 상승해 전국 평균 0.23%보다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전세가격도 0.75% 상승하는 등 전국에서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26일 중구와 남구 분양아파트 청약 조건을 1년 이상 울산 거주자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과열이 심해지면 정부에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를 하겠다고도 했다. 문수로 2차 아이파크 1단지 전용 84㎡가 지난달 12억원에 매매되는 등 집값이 급등했다.

포항시 새 아파트들에는 외지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래가 급증하고 면적마다 신고가를 기록중이다. 남구 대잠동 '포항자이'(1567가구) 전용 84㎡는 지난 21일 5억5000만원에 매매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에 신고된 거래만도 30건을 넘었다. 나와있는 매물 가격은 6억5000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19일 발표 이후 3000만~4000만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북구 두호동 두호SK뷰푸르지오 2단지(569가구) 전용 84㎡도 지난 21일 4억7700만원에 신고가가 나왔다. 11월4일과 7일에 거래가격이 3억4000만~3억5000만원이었다. 불과 2주만에 집값이 1억원 넘게 오르는 초유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규제지역을 예고하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만, 되레 풍선효과로 주변 지역까지 집값을 올리고 있다"며 "수도권에서의 집값 랠리가 지방까지 전방위로 퍼지면서 주거안정성만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뒷북 규제나 규제지역 확대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정부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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