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업무에 실제 일은 1시간…'공공 알바' 또 쏟아진다

입력 2020-11-29 17:34   수정 2021-03-02 10:13


노인 일자리 83만여 개, 청년 일자리 8만여 개 등 내년에도 1년 이하 공공 일자리 97만 개가량이 쏟아진다. 주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는 통계상 허점을 노린 ‘공공 알바’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통해 받은 ‘2021년 공공일자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내년 노인 대상 단기 계약직 일자리는 83만여 개로, 올해보다 약 7만 개 늘어난다. 우선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지원 사업’이 80만 개(예산 1조3151억원)로 6만 개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 4년간 33만 개 늘어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일자리 1만6700개(473억원), 경찰청의 ‘노인 대상 아동안전지킴이’ 1만535개(524억원)도 노인용 단기 일자리다.

내년 청년 지원 명목의 단기 계약직은 올해와 비슷한 8만2000여 개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 개(4510억원),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2만3511개(2350억원), ‘청년 공공데이터 일자리’ 8660개(1116억원) 등이다. ‘코로나19 방역’ 명목의 단기 일자리도 1만5000여 개 나온다.

정부는 내년 노인 청년 등을 위한 일자리 102만8000개를 직접 창출하기 위해 예산 3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94만5000개에서 6만3000개 증가하는 수치다.

추 의원은 “내년 공공 일자리 예산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노인’ ‘청년’ ‘코로나’란 이름을 갖다 붙인 단기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공공 알바 천국’을 만들려는 것 같다”며 “재정 여건에 따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공 일자리 예산은 감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예산 부실 사례 속출… 8시간 업무에 실제 일은 1시간
내년도 단기 일자리 대폭 확대 "재정 써가며 일자리 시장 왜곡"

지역 일선 공무원 A씨는 내년도 단기 일자리 사업 인력을 어떻게 채울지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지역·노인·청년·코로나’ 등 각종 이름이 붙은 단기 일자리가 내년에도 대거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자리부터 늘리고 보자’는 식의 예산 편성으로 인해 예산 부실 사례도 예고하고 있다.

2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내년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인 ‘지역포스트 코로나 일자리’ 사업에 인력 700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대면·디지털 영역에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명목에서다. 이 사업에는 7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1년 계약으로 1인당 월 2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사실상 같은 내용의 일자리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고용부는 청년에게 정보기술(IT) 관련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5만 명을 뽑는 ‘청년디지털 일자리’ 사업 예산을 편성했다. 6개월간 1인당 월 190만원씩, 총 4510억원이 투입된다. 조의섭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지원 대상과 사업 내용을 보면 사실상 동일한 사업”이라며 “과다 중복 지원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6개월 동안 매달 180만원을 주는 행안부의 ‘공공데이터 일자리’ 사업은 올해 8440명을 뽑겠다며 예산을 받았지만 정작 일하는 인원은 6000명에도 못 미쳤다. 2100명가량은 신청만 했고 399명은 한 달여 만에 일을 그만뒀다. 수요조사도 없이 사업계획을 짰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관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사업운영이 허술하다는 의견을 대거 쏟아냈다. “업무 시간은 8시간인데 실제 일하는 시간은 1시간이면 된다” “사실상 ‘돈 주는 독서실’이었다” 등의 내용이었다. 실제 이 사업의 한 참여자는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하는 일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정부가 하는 일이 이 정도로 엉망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내년에도 올해보다 220명이 늘어나 8660명을 모집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인 고용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은 사람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을 지닌 퇴직 장년에 5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이 사업은 올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30∼40%대(8월 말 기준)의 예산 집행률에 그쳤다. 10개의 자리 중 6~7개는 못 채웠다는 의미다.

가장 많은 단기일자리를 제공하는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은 이미 '유명해진' 사례다. 참여하는 노인들이 하루 3시간 쓰레기 줍기, 교통안내 등을 하는 사업이다. 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의 노인들이 형광조끼를 입고 서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1명이 할일을 10명이 하고 있다’는 지역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비판속에서도 올해보다 6만개 늘어난 80만개 자리가 공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자리만 만들기식의 단기일자리 정책은 구직자들의 민간 구직시장으로의 경제활동 유인을 막고 재정지원 일자리에 의존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정을 써가면서까지 일자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일자리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이 나올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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