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價 인상 부작용 속출…올 건보 피부양자 51만명 자격 상실

입력 2020-11-29 17:29   수정 2020-11-30 03:10


서울 용산구에 집 한 채를 보유한 은퇴자 최모씨는 지난 23일 난생 처음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9억원을 웃돌아 25만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같은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월 1일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된다”는 문자가 왔다. 그는 은퇴 후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10년 넘게 건보료를 내지 않았는데, 집값이 올라 더는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최씨가 다음달부터 내야 할 건보료는 한 달에 24만원. 그는 “소득이라곤 한 달 85만원 국민연금밖에 없는데 세금, 보험료 부담을 이렇게 늘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은퇴자 건보 피부양자 탈락 속출
정부가 작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자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고 국가장학금,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제도 자격요건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급격히 올리면 건보료 부담이 늘고 복지 수급 탈락자도 증가할 것이란 얘기였다. 더구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시세 자체도 급증하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가 더 컸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자가 급증하고 있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노(老)부모, 미성년자 등으로 건보료 납부 의무가 없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세청 자료 등을 통해 올해 재산 변동과 2019년 귀속분 소득 변동을 반영하니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51만6000명에 이르렀다. 피부양자 자격상실 대상자는 2016년 35만1000명, 2017년 39만6000명, 2018년 37만8000명이었다. 하지만 작년엔 45만9000명으로 뛰었고 올해는 50만 명까지 넘어섰다.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서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공시가격이 15억원을 넘으면 소득에 관계없이 탈락한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사람은 다음달부터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연소득 1000만원 이상’ 요건에 걸리는 사람은 월 건보료가 0원에서 최소 23만1400원으로 확 뛴다.
국가장학금 탈락자도 늘어날 듯
기존에 건보료를 내던 사람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최근 소득·재산 변동을 반영해 건보료를 조정한 결과, 11월분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전월보다 가구당 평균 8245원(9.0%) 올랐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인상액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인상률은 2015~2017년엔 4~5%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9.4%, 작년 7.6% 등 2년 새 증가폭이 확 커졌다. 역시 부동산 정책 실패의 ‘후폭풍’이라는 분석이다.

후폭풍은 학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2021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집값이 많이 뛴 서울 주택 보유 가구는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 국가장학금은 재산의 소득환산액과 실제 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가구가 받을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산정방식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월소득 300만원, 아파트 공시가격이 5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른 4인 가구의 대학생은 올해는 국가장학금을 받지만 내년엔 못 받는다. 아파트 공시가격 6억원은 시세로 환산하면 약 8억원이다. 작년 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8억6000만원임을 감안하면 서울의 대학생은 장학금을 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는 “무리하게 공시가격을 올리면 은퇴자가 직격탄을 맞는다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정부가 무시한 탓에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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