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안내견학교 운영하는데…롯데마트 퍼피워킹 거부?

입력 2020-11-30 01:52   수정 2020-11-30 13:06



"안내견 훈련중인 강아지워 퍼피워커에게 모욕감을 준 롯데마트 잠실점의 만행 사실인가요?"

"여기가 퍼피워킹 거부한다는 그 마트인거죠?"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교육중인 안내견 출입 거부하고 언성을 높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정말 충격적이네요."


롯데마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항의성 댓글이 폭주했다.

사건의 시작은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훈련중인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안내견의 입장을 막는 과정에서 봉사자에게 고성을 질렀다는 목격담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부터다.

공개된 현장사진 속에는 겁먹은 강아지의 모습이 담겨 있어 네티즌들은 더욱 공분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은 퍼피워커(puppy worker)는 '장애인이 아닌데 왜 맹인 안내견을 데리고 입장했느냐'는 항의를 받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마트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롯데마트 인스타그램은 물론 롯데그룹 고객센터에도 항의가 빗발쳤다.

한 네티즌은 "삼성은 같은 대기업이면서 안내견학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롯데는 부끄럽지 않나"라고 힐난했다. 한편 "목격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롯데 매니저 측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중립적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은 "경위를 떠나 교육중인 안내견 또한 어떤 장소에도 출입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탁한 안내견의 대중교통 및 공공장소, 숙박시설 등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경우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똑같은 법이 적용된다. 해당 사진 속 장애인 보조견 훈련경은 훈련중임을 보여주는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장애인복지법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안내견을 육성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입장을 거절당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바꾸기 위한 공공캠페인이 진행되거나, 다양한 TV프로그램에 등장했다.



GS25 편의점에서는 경기도 수원·군포지역 점포 200여 곳에 '안내견을 환영합니다'라는 픽토그램 스티커를 부착했으며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서는 정재형 씨가 퍼피워킹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데 일조했다.

'퍼피워킹'이란 생후 7주가 넘은 예비 안내견을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해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삼성화재는 국내 유일하게 안내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1년에 분양하는 안내견 수는 12~14마리 정도다. 국내 시각 장애인 숫자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래서 분양조건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안내견들은 우선 생후 1년여 동안 봉사자와 생활하며 '퍼피워킹' 과정을 거친다. 쉽게 말하면 '사회화' 과정이다.

그 다음엔 안내견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은 6개월에서 8개월가량 이어지는데, 기본적인 보행부터 건널목과 육교, 지하철과 버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등에 대한 적응 훈련까지 안내견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받는다.

혹여 이 과정에서 사람을 향해 으르렁거린다든가 입질을 하는 등 '공격성'을 내비치면 곧바로 탈락 절차를 밟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쳤을 때 안내견 합격률은 대략 30% 정도.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개는 다른 도우미 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성을 찾아주거나, 반려견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내보내게 된다.

지난 총선에서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예지 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 또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조이를 분양받았다.



그간 국회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제148조를 근거로 안내견 출입을 막아왔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국회에서 동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내견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함께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영입 전 "최근에도 안내견과의 식당 출입을 거부당했다"며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발인데, 눈을 빼놓고 들어가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현실을 개탄한 바 있다.

조이가 안내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던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파트장은 "국회에서 조이를 위해 특별히 공간을 마련하거나 계단을 없애는 것과 같은 특별대우는 전혀 필요 없다"면서 "김 의원과 조이가 알아서 잘 할텐데, 그냥 출입만 허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견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생후 13개월까지는 이들과 생활하는 '퍼피워커'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안내견 한마디를 키우는 데 1~2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사업을 통해 1994년 1호 이후 지금까지 200마리가 넘는 안내견을 배출했다.

이번 롯데마트 사건으로 인해 훈련 중인 안내견이 트라우마를 갖게 됐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편에서는 20여년 간 안내견을 키워 꼭 필요한 이들에게 무상 지원하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들은 "장애인 복지법이 무색해지는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편견과 갈등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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