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 반덤핑 WTO 분쟁' 日에 졌다…"불복 상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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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2-01 00:00   수정 2020-12-01 00:06

韓, '철강 반덤핑 WTO 분쟁' 日에 졌다…"불복 상소할 것"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일본산 스테인리스바 스틸바(SSB)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가 일부 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일본이 2018년 한국의 이 같은 조치를 제소한 뒤 2년여만에 일본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에 여러 오류가 있으며 WTO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상소(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한국의 SSB 고율 관세 부과의 역사와 그 이유, 제도적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비유를 통해 최대한 쉽게 정리했다.
'16년간 SSB 반덤핑 관세' 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의 'WTO 한-일 SSB 반덤핑 분쟁 패널 보고서 회람' 결과를 발표했다. WTO의 패널 보고서는 국내 사법절차로 따지면 1심(패널)이 작성한 재판 판결문(보고서)과 비슷한 위치다. 한국이 일본산 SSB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고, 이 때문에 WTO 반덤핑협정을 위반했다는 게 패널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SSB는 말 그대로 스테인리스강을 횡단면이 원형, 직사각형 또는 육각형인 봉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첨단 정밀산업, 자동차부품, 화학기계, 건설자재 등 용도로 폭넓게 사용된다. 2018년 기준 국내 SSB 시장 규모는 약 4000억 원(약 10만톤) 정도다.

한국은 2004년부터 16년째 일본·인도·스페인산 등 다수의 외국산 SSB에 고율 관세(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왔다. 반덤핑 관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로, 외국의 물품이 지나치게 싸게 수입돼 국내 산업이 타격을 입는 점이 증명되면 정당하게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산 SSB가 세계시장의 약 45%를 점유하고 있는 일본은 물론 인도 스페인과도 국내 시장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 없어서다. 지난 3년간 일본산 SSB에 한국이 부과한 관세율은 15.39%에 달했다.

반덤핑 조치는 20세기 초 헐값 상품을 통한 경제 침탈을 막기 위해 실시한 이래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각기 국내산업 보호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제도다. 선진국들에 의해 신흥공업국 등에 대한 수출 규제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국제 논의를 통해 일정한 규범이 만들어지면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조치도 이 규범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일본 인도 스페인 등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일본이 WTO에 한국의 반덤핑 조치를 제소한 2018년 6월까지의 얘기다.
일본, 고율 관세 부과 14년만에 제소한 근거는
일본이 한국의 반덤핑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근거는 이렇다. 먼저 일본은 "고품질에 사양이 높은 일본산과 한국산 SSB는 근본적인 제품 차이가 있어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고 했다. 반덤핑 조치가 정당화되려면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 제품 때문에 국내 제품들이 타격을 입어야 하는데,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필기구로 비유를 하면 일본산은 고급 만년필, 한국산은 볼펜이라 서로 같은 시장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또 인도산 SSB도 한국산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산 SSB와 같은 상품이 아니라고 했다.

일본은 이를 토대로 한국의 '누적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누적 평가란 반덤핑 조치를 위해 국내 산업이 입은 피해를 증명할 때 덤핑물품 수출국별로 국내산업에 끼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전부 묶어 피해 규모를 산정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예컨대 일본산 연필 60만개와 인도산 40만개가 수입됐을 때, 반덤핑 조치의 근거로 '일본·인도산 연필 100만개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들 수 있게 한 것이다. 반대로 '비(非)누적 평가'는 일본산 만년필 60만개와 인도산 연필 40만개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각각 따로 평가하는 것이다.

한국은 국산·일본산·인도산 SSB가 모두 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일본산과 인도산 SSB가 국내 산업에 미친 피해를 묶어 평가했다. 그런데 일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인도산 SSB와 일본산 SSB는 서로 다른 종류의 상품이라서 누적 평가 대신 비누적 평가를 해야 한다.
WTO, 日 주장 대부분 기각하면서도 손 들어줘
WTO 패널은 일본산 SSB와 한국산 SSB 간 근본적인 제품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품질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상품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라는 얘기다.그런데 일본산과 인도산 SSB에 대한 똑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분쟁 해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선 결론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대목이다.

나아가 WTO는 "일본산 SSB 가격이 국내산 SSB보다 높은데, 이 점을 한국이 고려하지 않았다"며 한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쉽게 말하면 반덤핑 관세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수출할 때 매기는 것인데, 일본산 SSB가 한국산보다 비싸기 때문에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일본산과 인도산 SSB가 서로 다른 상품일 때만 성립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WTO는 이 점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산업부는 "일본산과 인도산 SSB가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면 두 상품의 가격을 평균 내 산업 피해를 산정한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WTO가 모순되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 같은 쟁점은 일본의 제소장에 포함되지도 않은 내용이다. 민사재판으로 치면 판사가 원고인이 고소하지도 않은 피고인의 잘못을 찾아내 이를 토대로 처벌한 것으로, 기본적인 법 원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다. 이 밖에도 산업부는 WTO 패널이 여러 법리적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WTO 패널 결론에 불복하고 향후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상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WTO 사무총장 선거 등으로 재판부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일본측과의 협의는 이어나갈 예정이다. 산업부는 "WTO 절차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기존 반덤핑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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