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前 환경부 장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 다했더니 유리천장은 깨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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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30 17:58   수정 2020-12-01 00:22

김명자 前 환경부 장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 다했더니 유리천장은 깨져있어"

“저는 유리천장을 깨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내 몫의 삶을 살았더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 장관’ ‘여성 의원 최초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최초 여성 회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76·사진)의 이름 옆에는 언제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정부, 국회, 과학기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가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넓힌 선구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장관 본인은 ‘유리천장을 깼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장관이든 회장이든 여성으로서 어떤 자리를 꿰차려는 목적을 갖고 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8일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부터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을 받았다. 이 상은 매년 국내 여성의 권익 및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여성 1인에게 주어진다. 여성선도상 수상을 기념해 23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전 장관은 “남녀를 떠나 한 명의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여성이란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받은 경험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여성이란 성별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의 소통 및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성’이 필요한 시대”라며 “여성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1974년 29세의 나이에 숙명여대 이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후 1999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25년간 대학에서 화학과 과학사(史)를 강의했다. 그는 “과학을 전공하면서도 여성이기에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매사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이 드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다 보니 좀 더 많은 여성이 남성의 고유 영역에 진출하려는 도전의식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 여성 관련 문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76세인 지금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국제자문위원, 서울국제포럼 회장 등을 맡으며 사회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6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팬데믹과 문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지난해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를 펴내며 “정말 마지막 책”이라고 공언했지만, 스스로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김 전 장관은 말을 바꾸면서까지 올해 책을 쓴 계기를 묻는 질문에 “아니 팬데믹(대유행)이 터졌으니까! 과학자로서!”라고 답했다.

이번 책을 쓰느라 손가락에 염증이 생겼다고 밝힌 그는 “바이오 시대를 맞아 (천연)물질과 문명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책을 한 권 더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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