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직자는 선공후사해야"…尹 겨냥했나

입력 2020-11-30 17:28   수정 2020-12-01 02:14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공직사회의 변화를 주문했다. 언뜻 연말 공직사회 기강 확립 메시지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검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2050, 규제개혁과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언급한 대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는 연말 공직사회 기강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 장관의 윤 총장 업무배제 결정에 검찰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조직 이기주의’ ‘낡은 관행’ 발언이 사실상 검찰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낡은 관행’ 지적하며 검찰 질타?
문 대통령의 검찰 비판성 발언은 수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방역과 경제의 동반 성공을 당부한 직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조직 이기주의’를 경계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공직사회 최대 갈등 요인으로 대두된 상황인 만큼 이는 검찰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4대 과제 가운데 권력기관 개혁을 콕 짚어 언급한 대목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탰다.

문 대통령이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밝힌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을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성장통’으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과도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말 방역에 대한 당부와 공직사회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점을 원론적으로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윤 갈등’에 결심 굳혔나
2일 검찰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나온 이날 발언을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사태에 대해 문 대통령이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주례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 문제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징계 절차와 상관없이 윤 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자초한 만큼 자진 사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국정 운영 부담을 거론한 것 자체가 동반 사퇴가 필요하단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에 대한 질타성 메시지를 통해 연말까지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총장뿐 아니라 추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도 정기국회가 끝난 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임계치에 달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사찰’ 의혹을 명분 삼아 윤 총장에게 사퇴 공세를 펴고 있지만 이상민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동반 사퇴 불가피론도 나오고 있다. ‘추·윤 갈등’에 따른 피로감이 더 길어질 경우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 해임안 재가를 요청할 경우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란 얘기가 거론되는 이유다.

여권 일각에선 검찰총장 해임안 재가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개정안 처리를 통해 추 장관의 퇴로를 열어주자는 의견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의 제도적 완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 장관이 거취를 결정하는 모양새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김형호/강영연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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