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法에 '경제교란 정보수집', 경제사찰 우려 크다

입력 2020-12-01 17:45   수정 2020-12-02 00:15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 행위를 국정원 직무에서 제외하고 관련 수사권도 없앴다지만, 정작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 침해에 대한 정보수집 행위’를 새 직무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당장 국정원의 권한과 역할을 줄인다는 법 개정 취지에 안 맞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새 직무 내용도 심각하다. 방위산업 침해 감시는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은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게 없다. 국정원 측 의견을 반영해 직무가 추가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내려놓는 대신 경제사찰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를 ‘누군가의 훼방 탓’으로 돌려왔다. 이를 고려할 때 국정원의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이 어디로 향할지는 자명하다. 1차로 부동산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이 시장 교란세력을 엄벌하겠다며 감시기구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출범시킬 예정이니, 첩보를 넘겨줄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국정원이 자임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벌써부터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인 유튜버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논란 많은 탈원전 정책 등 에너지 문제도 정보수집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탈원전 반대에 대한 사찰이 행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국정원의 정보수집 대상에 들어가는 순간 가뜩이나 정부의 개입에 시달리는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자율성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또한 정부의 경제전망과 관련해 크게 다르거나 비판하는 분석까지 국정원의 정보수집 대상이 될지 모른다. 경제위기론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경제질서 교란으로 간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법 개정안에 포함된 새 직무는 한마디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의 ‘경제질서 교란 정보수집 행위’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추가된 국정원 직무가 경제사찰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본회의 심의 때 삭제하거나 그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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