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7 중고 1220만원'…정비 이력 묻자 "신차 사세요"

입력 2020-12-01 11:56   수정 2020-12-01 13:3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직장인 A씨는 지난 9월 중고 경매차를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한 중고차 업체 광고에 혹해 구형 아반떼를 700만원에 구매하기로 했다. 실제 차량을 확인한 후 대금을 지불하자 딜러는 갑자기 "추가금이 필요하다"며 140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A씨는 "제 명의로 차량을 고가에 낙찰 받았다며 추가금을 요구했다. 요구 비용을 낼 수 없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보다 적은 추가금을 내고 다른 차를 가져가도 된다고 해 300만원을 더 내고 다른 차를 받았지만 상태가 너무 나빴다"고 토로했다.

허위매물 사기를 당한 A씨와 같이 연말에도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자정이 이뤄졌다는 중고차 업계의 주장과 달리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모양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중고차 피해 신고는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누적 2만2930건이 접수돼 전체 5위를 기록했다. 11월 넷째 주에도 12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전체 4위에 올랐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0만건 규모로 신차 시장(약 180만대)의 두 배로 성장했지만, 구매자가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입는 '레몬마켓'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중고차, 공정위 소비자 피해 전체 품목서 5위
중고차 업계는 허위매물, 설명과 다른 품질 등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중고차 시장 문제가 일부 사기꾼들의 행태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극히 일부에 불과한 피해 사례가 부풀려지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중고차가 전체 피해 접수 품목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법원 경매라며 최신 차량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판다는 광고를 내걸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가 포털 사이트에서 '법원 경매차'를 검색하자 수많은 중고차 판매 사이트가 노출됐다. 한 사이트에서는 올해 출시된 볼보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를 1010만원에, 아우디 준대형 세단 A7을 1220만원에 판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해당 차량들의 신차 가격은 9550만원, 9723만원이다. 이러한 중고차는 대부분 허위매물이지만, 드물게 실제 차량을 받아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A씨 사례와 같이 정상적인 거래는 아니다.
'법원 경매차' 내세운 중고차 사기 여전히 기승


엔카닷컴, 케이카, 오토플러스 등 대형 중고차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사기를 피할 수 있지만, 각종 소모품 수명이 다한 차량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기자가 직접 대형 플랫폼에 등록된 한 차량에 엔진 벨트류와 부싱 등의 부속 교환 이력이 있는지 문의하자 판매자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신차를 구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비이력을 말하기 전에 실매물을 보고 상태를 확인하라"며 내방을 유도했다.

기자가 문의를 넣은 차량은 연식이 10년 가량 지나고 주행거리도 20만km에 육박하는 상태였다. 꾸준한 관리가 이뤄졌다면 그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지만, 대다수 소모품 내구연한이 지난 상태에서 정비 이력마저 확인할 수 없다면 이후 '수리비 폭탄'을 맞을 우려가 높다.

비슷한 상태의 다른 차량 판매자도 정비 이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중고차를 팔며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직접 와서 판단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차량을 직접 보고 정비 상태를 판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정비 이력 있나요" 문의에 "그럴거면 신차 사세요"

최근 매매상사에 사고차를 판매한 B씨도 대형 중고차 플랫폼에 자신이 판 차량이 무사고 차량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B씨의 차는 중앙선을 침범한 맞은 편 차량과 충돌해 앞바퀴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판매 게시글에는 '전 소유주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관리한 무사고 차량'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B씨는 "사고가 커서 프레임이 뒤틀렸을 텐데 외판만 단순교환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고 사실을 밝히고 판다면 문제가 없지만 무사고로 파는 것은 사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 분석에는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이 접수됐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응답자 76.4%가 중고차 시장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으며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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