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꽉 막힌 고덕강일 1층…공공분양 입주 예정자 '부글부글'

입력 2020-12-02 11:07   수정 2020-12-10 19:50


“이게 1층인가요, 아니면 반지하인가요? 이러니 공공 아파트에 안 살려고 하는 겁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강일 14단지’(사진) 공공분양 아파트 1층에 당첨되고 입주일만 손꼽아 기다려온 이모씨(35)는 최근 지어진 집을 직접 보고 충격받았다.

민간 아파트라면 주차장이나 필로티 구조가 있어야 할 부분에 1층 아파트가 만들어져 있어서다. 지면과 집이 한 뼘도 떨어지지 않아 빗물과 눈이 흘러 넘칠 수 있고, 벌레 등에도 취약한 상황이다. 그는 “최소한 1층 아파트와 지면 사이에 거리를 두는 단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주민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1층 아파트 바로 앞에는 나무가 심겨 있어 햇빛을 받기도 힘든 구조다. 베란다 창문과 나무 사이 거리는 1m도 채 되지 않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6월 당첨자를 발표한 고덕강일 14단지는 상일동 38 일대에 짓는 943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 가운데 411가구가 일반분양됐고, 나머지는 행복·임대주택으로 구성된 ‘소셜믹스’ 아파트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이다.

분양가는 인근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동일 주택형 시세의 73% 수준으로 책정돼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 59㎡가 4억9458만원, 전용 49㎡가 4억669만원이었다. 1층은 다른 가구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았다.

그러나 지면과 붙어 있는 설계로 가격이 조금 싼 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주 예정자는 “아이들 때문에 1층을 선택해 어렵게 당첨됐는데 지어진 것을 보니 무르고 싶다”고 했다.


입주민으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단지의 내부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어컨 실외기가 들어갈 공간을 설계보다 작게 구성했다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정부와 여당에서는 공공 아파트가 민간 아파트와 다를 바 없이 좋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앞을 가리는 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토지 높이를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내년 2월 입주 전까지 입주민의 불만 사항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고덕 강일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 설계에 대한 입주민의 불만은 처음이 아니다. SH공사가 지난달 11일 입주자를 발표한 ‘고덕강일 7단지’ 1층은 기계실처럼 개별 현관 출입문과 도로가 붙어 있어 원성을 샀다. 외부인을 막는 담장과 울타리가 없어 택배 분실 및 절도 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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