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작가 "교훈보다는 나눔의 온기를 풀어내고자 했죠"

입력 2020-12-02 17:42   수정 2020-12-03 00:00


“소설을 쓰고 매일 빵을 굽는 것 모두 누군가와 함께 나누기 위한 거예요. ‘당신도 이렇게 살아보세요’라는 식의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죠. 우리가 살면서 할 수 있는 게 사랑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면 가능하면 사랑 쪽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제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2011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소설집을 비롯해 중편소설과 번역서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온 백수린 작가(38)가 등단 9년 만에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작가정신)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산문집에 대해 “삶이 매일 우리를 지치게 하고, 타인에게 다정하지 않게 살도록 종용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빵을 나눠 먹고 책을 읽으며 타인과 자신에게 다정한 매일매일을 보냈으면 하는 온기 어린 마음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에 이어 최근 단편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한국일보문학상까지 받으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모두 호평 받는 스타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작품 자체로 온전히 평가받는 소설보다 미학적 완성도는 적더라도 산문엔 마음 흘러가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약간 정색하고 써야 하는 소설에 비해 산문을 쓸 땐 부담이 덜하고 뭔가 즐거운 면이 있었어요. 물론 소설 속 화자가 아닌, 진짜 제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기에 맨얼굴로 독자와 만나는 느낌이 들어 긴장도 됐죠. 그럼에도 최근 독자와 접촉할 기회가 사라진 상황에서 쓰는 내내 간접적으로나마 이들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산문집 속 모든 이야기는 그가 굽거나 사먹어본 빵과 케이크로 시작된다. 제빵 작업은 그에게 머리를 비우는 특별한 시간이자 가장 좋아하는 순간. “평상시 생각을 많이 하고 잘 멈추지 못하는데 빵을 만들기 위해 계량하고 반죽하고 굽는 작업을 할 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여기에만 집중하게 돼요. 무엇보다 완성작을 만나는 데까지 최소 몇 개월의 긴 시간이 걸리는 소설과 달리 빵은 몇 시간에서 길어야 하루면 완성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얻는 힐링도 있죠.”

산문집은 백 작가가 접했던 ‘빵’을 그동안 읽어왔던 ‘문학’과 연결해 스스로 애착을 갖고 살펴온 삶의 여러 단면에 대한 감상을 담아냈다. 국내에서 처음 본 헝가리 케이크인 ‘침니 케이크’의 생김새가 실제 헝가리 현지 침니 케이크와 전혀 다르게 생겼음을 발견한 백 작가는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과 연결시켜 ‘정체성’의 문제를 떠올린다. 인도계 미국 작가인 줌파 라히리의 소설들 속 이방인성 역시 백 작가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이방인의 정서에 간접적으로나마 자극을 주고 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양질의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은 영향을 받고 제 작품에서 더 확장하거나 변별점을 얻으려고 노력하죠. 제 작품이 풍성해지는 길이 돼왔다고 봅니다.”

총 5부로 나뉜 산문집을 통해 백 작가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 소설 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각오, 주변의 소중한 관계에 대한 일화, 사랑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 등을 이야기한다. 그중에서도 소설가로서 소설 쓰기와 문학에 대한 애착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달콤함 끝에 쌉쌀함과 진한 커피향을 남기는 티라미수를 매혹적 이야기 끝에 일상 이면의 아릿한 슬픔과 후회를 지닌 제임스 설터의 소설과 연결지으며 ‘삶을 바탕으로 한 소설 쓰기’를 강조하는 장면이 그렇다.

백 작가는 “작가들에게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삶에 발을 딛지 않은 이야기들은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며 “저 역시 제 삶 속에서 만났던 어떤 충격이나 ‘새로운 낯섦’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듯, 삶을 관찰하지 않고 상상력으로만 덧붙여 소설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설터 소설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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