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스커버리 "해외 '특허괴물' 공격만 부를 것"

입력 2020-12-02 17:28   수정 2020-12-03 02:06

특허권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특허청 등을 중심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이른바 ‘한국형(K) 증거수집제도(디스커버리)’를 놓고 산업계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소기업 부품·장비업체들은 “특허가 많은 해외 기업이 무차별 소송을 걸 수 있다”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특허청 등은 “특허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장비업체, 한국 평균 특허 4.2배
K디스커버리는 그동안 국내에서 특허권자가 권리를 침해당해도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기술을 탈취당했다는 문제 의식에서 도입이 논의돼 온 제도다. 소송 당사자들이 서로 특허 침해가 의심되는 사실과 관련 증거를 손쉽게 확보해 소송을 빠르게 종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국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비슷한 증거수집제도(디스커버리)를 한국식으로 바꿔 추진 중이어서 ‘K(한국형) 디스커버리’란 이름이 붙었다.

이미 법제화가 추진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지난 9월 특허 침해와 관련한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상대방(피조사자) 공장 등의 현장 사실조사를 할 수 있고,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사실조사를 거부·방해하면 특허권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산업계에선 특허가 많은 외국 업체가 디스커버리 제도를 악용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특허가 많은 반도체 부품·장비업계가 도입을 반대한다. 글로벌 3대 반도체 장비회사(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TEL)의 한국 내 유효 특허 건수는 평균 1825건(특허청 조사)이다. 반면 한국 주요 장비업체(10곳)의 평균 특허출원 건수는 425건이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특허 문제로 국내 중소기업의 공장 실사를 요구하면 모든 생산이 중단되고, 소송전에만 신경써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그에 대응할 인력도 자금도 없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영업비밀을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허권 존중, 기업 경쟁력 키워”
반면 특허청은 제도 도입으로 중소기업의 특허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특허 침해는 대부분 상대 측 연구소나 공장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현 제도하에서 증거 수집이 어렵다. 특허청 관계자는 “K디스커버리가 도입돼도 법원이 조사 필요성, 상대방 부담 정도 등을 신중히 판단해 사실조사 여부를 결정하게 돼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특허를 많이 보유한 일부 기업도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업체인 아이에스시(ISC)의 정영배 회장은 “특허를 내도 무단으로 기술을 도용한 경쟁 업체가 발뺌해 소송을 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특허를 침해당해도 이를 입증할 방법을 못 찾아 지레 포기하는 일이 많다”며 “특허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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