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기후 위기 일깨워준 '위대한 북극 탐사'

입력 2020-12-03 17:13   수정 2020-12-04 02:56

“북극 빙하가 녹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기후 변화와 환경 재난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몇 년간 극적인 기상 재난이 이어지면서 기후 변화의 징조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가 놓인 상황에서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지난 11월 독일에서 출간된 《모자익 프로젝트(Eingefroren am Nordpol)》는 주요 언론으로부터 ‘충격적인 사진과 연구 자료로 보는 환경 재난과 기후 위기 결과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은 독일 쇄빙연구선 폴라슈테른호의 항해 일지를 담고 있다. 폴라슈테른호는 2019년 9월 20일부터 2020년 10월 12일까지 1년 넘게 북극을 탐사하고 돌아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북극 탐사 연구인 모자익(MOSAiC) 프로젝트에는 20개국 90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무동력으로 표류하면서 북극 일대의 기후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했다. 책의 저자이자 1년 넘게 프로젝트를 이끈 마르쿠스 렉스 독일 알프레드베게너연구소 연구원은 귀환 후 언론 인터뷰에서 “북극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이 있어야 할 곳에 얼음이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 북극점에서마저 얼음이 없어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책을 통해 주요 사진과 통계 자료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모자익 프로젝트》에는 폴라슈테른호에 탑승했던 과학자들이 분석한 다양한 자료가 소개돼 있다. 빙하, 바다, 대기, 생태계 등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변화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생생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북극 빙하를 관찰하는 일은 주로 인공위성을 통해 이뤄졌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에는 추위와 두꺼운 빙하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고, 현장 탐사는 주로 여름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그런 면에서 모자익 프로젝트는 인류 전체에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일깨워준 ‘위대한 탐사’로 불릴 만하다.

‘가을: 시작, 얇은 얼음 위에서’로 시작해 ‘겨울: 얼음 위의 크리스마스’ ‘봄: 엄청난 빙하 용해’ ‘여름: 녹아내리는 빙하 덩어리’로 마무리된다.

1년 동안 탐사선에서 지낸 과학자들의 흥미진진한 일상도 함께 소개된다. 극한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한다. 빙하의 균열음이 뼛속까지 도달한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얼음산이 나타난다. 눈폭풍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북극의 칠흑 같은 밤은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굶주린 곰과 빈번히 만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 때문에 중도 포기를 고민했다.

절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 어떤 장애물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연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과학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북극의 시계는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고 있음을, 그래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을 책이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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