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세 받아 세금 내겠다"는 역설, 정부는 이해 하나

입력 2020-12-03 18:02   수정 2020-12-04 00:10

반(半)전세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네 건 중 한 건(24.5%) 꼴로 집계됐다. 10%대였던 이 비중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월세액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률(1.06%)을 기록했다. 집주인들이 ‘현금(월세수입)을 원한다’는 뚜렷한 신호다.

이는 전세대란 속에 주택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것 외에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 공시가격 반영률이 시가의 90%로 높아질 예정인 데다, 많게는 두 배 늘어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상황이라 집주인들로선 월세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2030년엔 보유세가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까지 나왔다.

결국 집 가진 사람을 겨냥한 세금폭탄의 파편이 무고한 세입자에게 튀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 소유자를 겨냥한 갈라치기식 과세의 최종 부담이 주거 약자들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세금 부담의 ‘전가와 귀착’이란 조세설계의 기본개념도 모르는 정부임을 자인한 꼴이다.

경제원리를 무시한 정책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어설프게 ‘임대차보호법’을 밀어붙여 전세대란을 자초한 것이나, 세금폭탄을 안기면 집을 팔 것이란 1차원적 발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었다는 산술적 통계만 보고 ‘공급이 충분하다’는 도그마에 갇혀, 전국의 빈집이 100만 채가 넘고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상에는 눈감았다. 규제지역을 확대할 때마다 풍선효과가 인근으로 번지고,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없애 전세공급을 더욱 위축시키는 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다.

정부는 부동산 대란을 투기 탓, 저금리 탓,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을 뿐,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제대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이런 식으로는 24번이 아니라 240번의 대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다. 월세를 올려 세금을 내는 집주인의 대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부동산 문제는 풀 방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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