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일산 아파트값, 15억 임박…"김현미 믿을 수 밖에"

입력 2020-12-03 09:50   수정 2020-12-03 13:59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새 아파트들과 기존 아파트들의 집값이 최근들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인프라가 완성형인 1기 신도시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다.

파주나 김포 등지에서 고가의 아파트들이 속출한 것도 이유다. 파주와 김포에서는 전용 84㎡의 새 아파트값이 8억원을 넘었다. 일산신도시는 이들 지역에 비해 서울과 더 가깝고 지하철로 연결되는데도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보니 "집 값이 싸다"는 착시효과까지 나오고 있다. 새 아파트들은 몸값은 더 오르면서 15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고, 기존 아파트들의 집값은 한 달새 1억원 이상이 올랐다.
파주·김포 아파트값은 그렇게 오르던데…일산 새 아파트도 잇따라 10억 돌파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항동 킨텐스원시티 M3블록(782가구) 전용 84㎡가 지난 19일 14억원에 매매됐다. 단지 최고가이자 일산동구와 고양시에서도 최고가다. 지난 6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10억원을 넘었던 이 아파트는 5개월 만에 15억원에 임박하게 됐다.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로 현재 나와있는 매물은 없는 상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역인 킨텍스역 주변의 아파트들이 대장으로 떠올랐다. 역주변인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전용 84㎡ 매매가가 일찌감치 10억원을 넘었고, 11월 들어서는 15억원까지 넘보게 됐다. 주변의 1블록(297가구)에서는 지난달 12억7000만원에 신고가가 나왔다. 테라스하우스로 분양권이 아닌 손바뀜으로 12억원을 돌파했다.

백석동 요진와이시티(2404가구)의 전용 84㎡도 지난 12일 9억8000만원에 신고가가 나왔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10억원을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항동 A공인중개사는 "일산에는 전형적인 아파트 형태가 많았지만, 새 아파트들이 주로 초고층 주상복합이다보니 선호도도 이동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단지에서 나와있는 매물의 최고가는 11억원을 웃돌고 있다. 입주 5년차로 매물이 많은데다 지난 9월 이후 서울에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실제 이 단지는 지난 8월만 하더라도 8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매수세가 몰리면서 10억원대까지 뛰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서는 킨텍스꿈에그린(1100가구)이 지난 10월 12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을 후 호가가 급격히 올랐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최고 15억원에 달한다. 일산서구에서는 일반적인 주거선호지 중에서도 집값이 덜 올랐다고 평가받는 후곡마을, 문촌마을, 장성마을 등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주하고 있는 덕이동 일대나 탄현동도 마찬가지다. 기존 일산보다 노후도가 덜하다보니 매수자가 줄을 서고 있다.
2억~3억대 소형 아파트, 매물 실종…"김현미 장관 장담한 교통호재 기대"
일산동에서 20년동안 공인중개업을 했다는 김모씨는 "유해환경이 없고, 학교나 학원가도 잘 형성되어 있다"며 "기존에 세입자로 있거나 서울에서 밀려온 무주택자들이 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부터 오름세긴 했지만, 확실히 지난달부터 문의전화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지역에서는 개발기대감이 높다고도 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일산 연장과 고양선 연장 사업 등이다. 김현미 장관이 지난해 5월 3기 신도시에 대한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내놓은 서북부 교통대책 중 하나였다.

지난달 일부 아파트에 매수세가 늘어난 시기도 김 장관의 일산 아파트 발언 이후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5억원 짜리 아파트가) 수도권에 있다. 저희 집(일산하이파크시티)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말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김 장관의 발언에 반발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외지에서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역 아파트값을 견인하고 있다. 김 장관이 일산을 언급할 때마다 공교롭게 집값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준공된지 30년 가까이 되는 아파트들도 한달 만에 거래가가 1억~2억원씩 올랐다. 지난달 전용 84㎡기준으로 6억원을 돌파하는 아파트만도 후곡 15단지 건영, 문촌 16단지뉴삼익, 후곡9단지 LG롯데 등이다. 작년만 해도 3억~4억원대였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오르더니 6억원대까지 올라섰다. 매매가가 2억~3억원대인 10~20평대의 소형 아파트들은 매물이 사라졌다. 매물 대신 호가가 4억원대로 훌쩍 뛰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겠다는 매수자들도 나오고 있다.

덕이동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일산이 살기 좋은 거주환경에 비해 집값이 덜 올랐다는 생각이 있다"며 "지역 내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가두리 부동산'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가두리 부동산이란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보다 싼값에 매물을 내놓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말한다. 기대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을 때에도 지역민들 사이에서 '가두리 부동산' 언급이 나오곤 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고양시의 올해 아파트값은 8.66% 상승했다. 지축, 삼송, 덕은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들어선 덕양구는 12.23% 오른 반면 일산동구(7.21%)와 일산서구(5.62%)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의 집값 차이는 갈수록 벌어졌다. 두 지역의 가격 차는 2018년 1월 1231만원, 지난해 1월 1761만원, 올해 1월 1965만원 등이었다. 2017년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2246만원, 일산동구는 1324만원으로 차이는 922만원 수준이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성남 분당구는 3840만원, 일산동구는 1473만원으로 집계돼 격차가 2367만원으로 벌어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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