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을 보장하는 방법 = 교환, 가난으로 가는 길 = 자급자족

입력 2020-12-07 09:00  


‘번영의 징표는 교환을 늘리는 것이며, 가난의 징표는 자급자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말은 ‘혼자서 쌀농사를 하고, 밭농사를 하고, 모자를 만들고, 옷을 짓는 것보다 자신이 열심히 수확한 쌀을 밭작물, 모자, 옷과 교환하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을 지녔다. 그래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인간은 교환하려는 성향을 지녔고, 이것 때문에 분업이 일어나 개인과 국가가 잘살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 간 교환이 좋은 것이라면, 국가들끼리 교환, 즉 교역하면 어떨까?
국가를 살찌우는 방법
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성립된 이래로 국가들은 자국이 잘사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중농주의, 중상주의, 경공업 우선주의, 중공업 우선주의, 자유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 이런 말도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국가를 잘살게 하는 주장들이다. 중농주의는 말 그대로 “국가의 근본은 농업”이라는 주장이다. 세 끼 다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았고 굶주림이 늘 존재했던 먼 과거, 농업은 중심 산업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서 농업을 떠받친 시절이 있었다. 중상주의는 상업, 무역을 중시하는 주장이다. 역사 속 중상주의는 무역로가 개척되던 16세기부터 등장했다. 이때 중상주의는 ‘자기 나라 물건을 남의 나라로 많이 수출하고, 다른 나라 상품을 가능한 한 적게 수입한다’는 주의였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식이라면 중상주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전쟁도 불사했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중상주의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다. 콜베르라는 프랑스 재상은 중상주의 신봉자였다. 프랑스 물건을 많이 팔고, 다른 나라 물건을 적게 수입하면 남는 장사라는 게 콜베르의 생각이었다. 당시 물건 값은 금과 은으로 지불됐는데, 한 나라가 국제무역에서 흑자를 보면 금, 은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결국 부강해진다는 논리였다. 강대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영국에 지지 않기 위해선 프랑스는 금, 은을 유출하는 수입을 막고 유입을 늘리는 수출을 장려했다. 콜베르의 중상주의는 네덜란드와 갈등을 일으켰고 결국 전쟁으로 비화됐다. 영국도 19세 초 중반 때 프랑스의 싼 농산물이 수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곡물법을 만들기도 했다. 영국은 수입 곡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아예 수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썼으므로 프랑스는 발끈했다. 중상주의는 그 이름으로 보면 상업과 교역, 무역을 중시하는 듯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국의 수출만 강조하는 반쪽이론인 셈이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상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 주장되는 보호무역주의가 중상주의와 비슷한 면을 띤다. 보호무역주의는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들을 선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중국 때문에 미국 기업과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공격한 것도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다. 보호무역주의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실현된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중상주의는 아니다. 현대의 보호무역주의는 과거 중상주의처럼 일방적으로 이뤄지긴 어렵다. 여기에 반대되는 것이 자유무역주의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두 나라끼리 하는 양자 협정과 여러 국가가 함께하는 다자간 협정이 있다. 서로 시장을 열어놓고 자유롭게 상품과 서비스가 오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작동한다.
자유무역을 하면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잡아 먹힌다는 오해가 많다. 미국과 FTA를 할 때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미국 속국이 된다.” 자유무역이 서로 윈-윈하는 게임임을 설명해주는 이론이 바로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서로 잘하는 것을 만들어 교환하면 서로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개발 초창기에 가발과 모자 등을 잘 만들었으나 기계를 못 만들었다. 우리는 가발과 모자를 수출했고, 기계를 수입했다. 수입된 기계를 보고 우리는 나중에 기계를 만들었고, 대신 컴퓨터를 수입했다. 가발, 모자, 기계를 수출해서 이익을 봤다. 우리나라에 기계와 컴퓨터를 수출했던 나라도 이익을 봤다. 거대한 국가인 A국이 작은 나라인 B국보다 모자와 컴퓨터를 모두 잘 만들 수 있지만(절대우위), 같은 시간에 모자 생산을 B국에 맡기고, A국은 컴퓨터를 더 만드는 게(비교우위) 유리하다. ‘개인들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에도 유익하다’고 한 애덤 스미스가 ‘개인들이 자유롭게 무역하도록(free to trade) 하는 것이 국가가 무역에 개입하는 것보다 낫다’는 국제무역론을 주장한 것은 당연했다.

유치산업보호론이 우리가 이해해야 할 마지막 주제다. 막 태동하기 시작한 제조업을 시장경쟁, 즉 자유무역에만 맡겨둘 경우 해당 제조업이 채 크기도 전에 도태될 수 있으므로 어릴 때 보호하자는 게 유치산업보호론이다. 이 주장은 옳은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중농주의, 중상주의가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검색을 통해 더 알아보자.

②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어떻게 국제무역에서 작동하는지를 공부하자.

③ 언어가 동일하고, 문화와 조상이 같은 한국과 북한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자유무역관점에서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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