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는 가난한 나라에서 현재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것은 자유무역의 물결을 타고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천연자원도 없고 축적된 자본도 없었지만 가발부터 시작해 신발, 섬유, 가전제품을 거쳐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을 수출하는 등 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리의 경제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 확대에 나섰고 그 세계적 흐름에 한국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한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이 됐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04년(발효 기준) 칠레와 FTA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2007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 등과 잇따라 FTA를 체결했다. 한국은 현재 16건의 FTA를 통해 56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경제영토’의 확장이라고 표현한다. FTA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동시에 우리 시장도 그만큼 열어주는 것이니만치, 국경과 무관하게 경제적으로는 상대방 국가도 관세 등 장벽 없이 우리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56개국은 미국 유럽 아세안 등 세계 3대 경제권을 포괄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8%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나라마다 자원의 존재 여부나 산업의 발달 정도가 달라 경제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국 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 경향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자유무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에 국가들은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방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려는 FTA를 잇따라 체결하는 것이다. 한국도 농업과 부품·소재·장비산업 분야가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고, RCEP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개방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경제를 선진화할 수 있음은 국내 영화산업이 보여줬다. 1990년대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축소하면 국내 영화산업이 소멸되리라는 우려와 달리 한국 영화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작(기생충)까지 배출하지 않았는가. 18세기 실학자 박제가는 중국을 다녀온 뒤 《북학의》를 통해 ‘생산물 교환이 활발해야 풍족해질 수 있다’며 쇄국의 틀에 갇혀 있던 조선의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여전히 보호무역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③ 회원국끼리의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지역협의체가 여기저기 생기면서 이들 지역협의체 간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상황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