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유통 기업 신세계와 쿠팡이 미디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앞서 아마존이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자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OTT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만큼 한국의 아마존은 누가될 것인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유통 업계가 홈쇼핑 등 미디어를 이용해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을 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최근엔 모바일, 동영상에 익숙한 밀레니얼+Z(MZ) 세대들을 겨냥해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 하지만 최근 이들이 미디어에 접근하는 형태는 이전과 다르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단순히 영상 콘텐츠와 전자상거래를 접목한 미디어커머스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 최근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한 신세계와 가포르의 OTT 서비스 업체 훅(Hooq)을 사들인 쿠팡이 대표적인 예다.
백화점과 면세점, 홈쇼핑에 마트와 쇼핑몰까지 갖춘 신세계 그룹은 올해 4월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260억 원을 출자해 신설법인 마인드마크를 설립했다. 이후 2개월 만인 올해 6월 '호랑이 선생님', '은실이', 푸른안개', '복희 누나' 등을 집필한 이금림 작가가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의 지분 58.1%를 33억 원에 인수했다. 9월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제작사인 스튜디오 329의 지분 55.13%를 45억 원에 인수했다.
2개의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신세계는 자체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신세계는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 영역을 커머스까지 확대해 수익 모델을 확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쿠팡은 몇몇 제작사, 유명 작가들과 접촉해 오리지컬 콘텐츠에 대한 문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에 티빙, 왓챠, 웨이브 등 토종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에 중국 OTT 아이치이 등이 최근 김은희 작가의 신작 '지리산' 등과 계약을 체결하며 콘텐츠 확보에 나선 만큼 "이미 기존 콘텐츠는 대부분 다른 OTT와 계약이 된 상황"이라며 새로 제작하지 않는 이상 기존 콘텐츠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유통 기업들의 미디어 산업 진출 뿐 아니라 최근엔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도 국내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발빠르게 한국 드라마, 예능 등을 확보하며 동남아 OTT 시장의 31%까지 점유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한국 콘텐츠 확보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콘텐츠는 할리우드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는 최소 5배에서 10배 정도 저렴하면서 막강한 팬층을 보유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아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애플TV 플러스 역시 2021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파칭코'를 오리지널 드라마로 내놓는다. 4개에 걸친 한국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담아낼 뿐 아니라 윤여정, 이민호 등을 캐스팅하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또 다른 오리지널 드라마 '미스터로빈'은 국내 웹툰 '닥터 브레인'을 원작,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방송사에서도 "꼭 우리 채널에서 틀어야 한다"는 기조가 사라지고 있다. 우수한 연출자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제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자회사를 통해 타깃에 맞는 시청자에게 걸맞는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것. CJ ENM에서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해 SBS의 스튜디오S, JTBC의 JTBC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백스피릿'은 백종원과 '집밥 백선생',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으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tvN 연출자들이 참여한다. tvN 방송 없이 넷플릭스에서만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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