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산업유산 등재 시설서 역사 제대로 알리지 않아

입력 2020-12-04 16:39   수정 2020-12-04 16:41

일본이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산업유산으로 등재된 시설에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를 이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근대산업시설과 관련해 일본 당국이 제출한 '해석전략 이행현황보고서'가 지난 1일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이 보고서는 산업유산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을 마련하라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그간 조치 등을 담았다.

앞서 일본은 2015년 산업유산 등재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반발하자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 의사와 달리 강제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했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하겠다고도 했으며 이같은 약속은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일본은 국제전문가의 해석 감사와 국제 모범사례 자문에 따라 각 산업유산 시설의 전체역사를 업데이트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피해 당사국인 한국의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호주, 영국의 전문가한테서만 자문을 구했다. 국제 모범사례 자문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다. 한국 정부는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박물관처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를 모범사례로 보고 있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에 당사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권장했으나, 일본은 해석전략을 수립하면서 지역 보존위원회와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유산전문가위원회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에 협의하자는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또 해석전략 이행 조치로 지난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언급했다.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일본 노동자와 한반도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이 똑같이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전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는 일본의 약속과 거리가 있다.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일본의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과 자료가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산업유산정보센터나 해석전략에는 희생자에 대한 부분, 일본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이 등재 당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네스코와 세계유산위원회에 계속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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