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는 직업 가진 아버지…'출발선'이 다른 웰튼의 아이들

입력 2020-12-04 17:02   수정 2020-12-05 01:50

‘헬튼’이라고 욕을 하지만 영화 속 아이들에게는 웰튼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했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웰튼 아카데미가 실력 있는 학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학교일까. 닐의 친구 낙스 오버스트릿(조시 찰스 분)의 아버지는 법률 회사를 운영한다. 웰튼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찰리 달튼(게일 핸슨 분)은 은행장의 아들로 보인다. “우리 집은 찰리네처럼 부유하지 않다”는 닐도 여름학기 수업을 따로 듣고, 집에 고풍스러운 서재와 넓은 방이 여러 개 있다. 토드 앤더슨의 부모는 그와 그의 형을 모두 사립학교인 웰튼에 보냈다.

만약 닐이 무직이나 전과자 아버지의 아들이었다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웰튼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토드의 부모가 중산층이었다면 형제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모의 재력과 의지가 뒷받침됐기에 이들이 웰튼에 입학해 아이비리그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최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낸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인 미국은 능력이 뛰어난 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전제로 모든 개인에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완전히 공평한 기회는 찾기 어렵다. 기회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 등 환경에 따라 결정될 수 있어서다. 샌델 교수가 우려하는 건 능력주의로 인한 사회의 분열이다. 그에 따르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실패한 이들을 무시하기 쉽다. 실패한 이들은 자괴감을 갖게 되고, 성공한 이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모욕감을 느낀다. 그러나 소방관과 환경미화원처럼 고학력이 아닐지라도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 자신이 선택한 일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고 공동체를 꾸려가는 평범한 이들이 존중받을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사회는 지속되기 어렵다.

학력을 능력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삼는 한국도 비슷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2020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가구의 월 소득이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62.6%로 절반을 넘었다. 중위소득의 70% 이하인 저소득층 자녀 비율은 18.4%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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