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통한 우회상장 3년 만에 최대

입력 2020-12-07 17:20   수정 2020-12-08 00:42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기업 수가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시가 활황을 띠면서 스팩 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팩은 상장 뒤 합병에 실패해도 청약 원금을 건질 수 있고, 성공하면 최대 수백%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같이 실패 가능성이 적어 강남 ‘큰손’들에게 스팩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기업은 12곳이다. 연내 5곳이 같은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어서 연간 스팩 합병 기업은 총 17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17년(21곳) 후 최대치다. 평년(연 11~13곳)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스팩은 증권사가 미리 증시에 상장해놓은 뒤 상장을 원하는 일반 기업이 나타나면 둘을 합병해 해당 기업을 우회상장시키는 데 활용한다.

스팩도 상장할 때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거친다. 일반 공모주는 청약경쟁률이 최대 수천 대 1에 이르지만 스팩 청약 경쟁률은 5 대 1 이하가 보통이다. 스팩 자체는 공모자금만 담긴 페이퍼컴퍼니여서 일반 공모주처럼 상장 첫날 100% 급등하는 사례가 없어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큰 인기가 없다. 하지만 강남 ‘큰손’ 사이에선 스팩의 인기가 높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스팩은 상장 뒤 3년이 지날 때까지 합병을 못 하면 청산되는데, 이때 투자자에게 납입 원금과 예금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

스팩은 상장 이후 합병 이전까지 주가 변동이 크지 않다. 수익률의 관건은 합병 대상 기업이다. 스팩 상장기업은 일반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은 벤처기업이 많다. 하지만 증권사는 스팩을 상장할 때 자기자본을 많게는 30%까지 싣기 때문에 합병 대상 기업을 꼼꼼하게 살핀다.

스팩 주가는 우회상장 합병 전후로 급등한다. 올해 우회상장 기업의 현재 주가 흐름을 보면 양호하다. 올해 스팩으로 우회 상장한 기업 12곳의 주가를 보면 8곳이 스팩 공모가(2000원)보다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최소 26.75%(비올)에서 최대 162.00%(더블유에스아이)에 이른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도 있지만 4개로 상승 종목 수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락폭도 가장 많이 떨어진 기업이 26.25%(애니플러스)에 그친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스팩은 공모 때 많은 물량을 받지 못해도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을 모을 수 있다”며 “기대 수익을 너무 높게 잡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 ‘큰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 성공률을 높이려면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증권사가 상장한 스팩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증권사가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부실 기업은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기홍 IBK투자증권 IPO1팀 과장은 “증권사의 수익 모델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합병 대상 기업을 주의 깊게 고른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최근까지 증권사별 스팩 우회상장 건수는 KB증권이 12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IBK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10건씩이었고,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6건, 5건으로 뒤를 이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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