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 '14·5 규획'의 정치경제학

입력 2020-12-07 17:46   수정 2020-12-08 00:15

중국은 5년 단위로 경제발전 방향과 목표를 정한다. 내년부터 5년 동안의 청사진은 ‘제14차 5개년 규획(건의안)’에 담겼다. 흔히 14·5 규획이라 부른다. 그 시작은 1·5 계획(1953)이다. 산업 기반이 전무해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때다. 1928년부터 5개년 계획을 추진한 소련의 원조로 156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을 이끈 지도자는 모두 이 프로젝트 출신이다.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과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 등이다.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계획경제 색채부터 많이 사라졌다. 2006년 시작한 ‘11·5’ 기간부터는 명칭도 ‘계획’에서 ‘규획’으로 바꿨다. 의무 달성 지표를 줄이고, 예상 도달 지표를 늘렸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가 본격화하면서 사라질 것 같았던 5개년 전략 구조는 70년 이상 변함이 없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 배경을 시스템과 절차에서 찾는다.

5개년 규획의 메시지에는 전투적 용어가 많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를 달성한다는 ‘샤오캉 쟁취(決勝小康)’가 대표적 사례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남긴 말이 묘하게 중국에 연결된다. “전투를 준비할 때 작전(plans)은 항상 쓸모없지만, 작전을 짜는 것(planning)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5개년 규획도 그 자체보다 그것을 마련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14·5 규획의 경우 올해에만 최고 지도층이 주재하는 좌담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제 세부 내용을 다듬어 내년 3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이어 중앙 각 부처와 지방정부 차원의 14·5 규획이 확정되는 흐름이다. 이런 과정은 중국이 정치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시스템이자 민심을 모으고 수시로 정책 신호를 알리는 수단이 된다.

5개년 규획에는 장기발전 목표가 담긴다. 1·5 규획 때는 ‘4개 현대화(경제·과학·농업·국방)’가 제시됐다. 1979년 덩샤오핑은 일본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샤오캉’ 비전을 밝혔다. 이어 1980년대부터 국내총생산(GDP)과 산업생산을 10년마다 두 배 또는 20년마다 네 배로 키우는 방식으로 목표를 내놨다.

배증 목표로 상징화된 중국의 장기발전 비전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1980년의 경제 총량을 100으로 할 때 2000년 655가 됐고 올해 3500 수준에 달한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15년간 GDP를 다시 두 배로 확대하려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7% 안팎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런데 국제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워낙 크다. 그래서 나온 목표가 2035년 1인당 GDP를 ‘선진국 중간 수준’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하이의 1인당 GDP가 2만3000달러를 기록했을 때 중국은 ‘선진국 중상위 수준’이라고 규정했다. 1만달러를 막 넘어선 중국의 1인당 GDP가 2035년까지 2만달러 선에 달하면 선진국 중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1인당 GDP가 2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지난해 기준 41개에 그친다. 중국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중국이 거는 기대만큼 과제도 간단치 않다. 성장을 제약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1980년대 저축 부족, 1990년대 외화 부족을 겪었던 중국이다. 이후 저축률과 외화는 오히려 넘쳐났지만 2000년대부터 고급기술 부족 현상이 심해졌다.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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