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매하고 값싼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여기에 젊은 층의 유입도 늘어나고 있어 알뜰폰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알뜰폰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냉탕’ 분위기였다. 작년 8월 가입자 810만2482명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알뜰폰 가입자 수가 본격 반등한 건 올 6월부터다.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증가해 10월 기준 가입자 수는 전고점을 뚫은 898만1998명에 달했다.
자급제폰의 인기로 알뜰폰업계도 덩달아 혜택을 봤다. 단말 할인을 받고 통신 3사의 비싼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는 대신 자급제로 단말을 구매한 뒤 4세대 이동통신(LTE) 등 원하는 요금제를 쓰겠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잘 안 터지는 5G 요금제에 대한 불만도 반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알뜰폰의 주력 요금제인 ‘유심 요금제’는 온라인으로 가입한 뒤 유심을 배송받아 직접 꽂아 쓴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때문에 가입자 확보의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런 문제가 해소됐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에게는 가성비가 유인책이 됐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 7월 전체 무선 가입자 중 자급제폰 비중은 9.54%로 1년 전(7.93%)보다 크게 늘었다. 실제 올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20, 아이폰12 시리즈는 자급제폰 수요가 폭증하면서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몰에서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알뜰폰업계는 여세를 몰아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25·이마트24·CU 등과 제휴를 맺고 편의점에서 유심을 판매하고 있다.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전략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콘텐츠 소비가 많은 젊은 층을 겨냥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음원플랫폼 ‘플로’ 등과 결합한 요금제를 내놨다. LG헬로비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에 맞춘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또 LG헬로비전, KT엠모바일 등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아이폰12 출시에 맞춰 프로모션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에서 프리미엄폰 프로모션을 여는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실이 통신 3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자회사 형태의 알뜰폰 업체는 총 5곳이다. 장기적으로 통신 3사 계열 알뜰폰 회사의 점유율이 늘어나면 알뜰폰 도입의 본래 목적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대통령령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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