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민간소비 규모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앞으로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절벽 시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발과 팍팍한 일자리시장 등이 가계 씀씀이를 옥죈 결과다.
올들어 가계는 외식비, 오락·문화비 등을 집중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3분기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지출한 오락·문화·스포츠비(실질 기준)는 35조36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 가계가 음식·숙박업체에 지출한 금액(54조4146억원)도 11%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한 결과다.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4.3%, 2021년 3.1%, 2022년 2.5%로 내다봤다. 한은이 추산한 민간소비 규모는 2019년 890조원, 2020년 852조원, 2021년 878조원, 2022년 900조원이다. 민간소비가 2022년에나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인 2019년 수준 만큼 도달할 것으로 본 것이다. 2022년 민간소비도 2019년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소비는 수출과 함께 국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848조9585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1%에 달했다. 국가 경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의 씀씀이 부진은 경기 침체로 직결된다.
코로나19 불확실성과 집값 과열로 올해 가계저축률(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뛰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가계저축률이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6%)보다 4%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처음 10%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저축률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인다. 재고가 쌓인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벌이가 줄어든 가계는 다시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이른바 '저축의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도 소비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735만8000명으로 작년에 비해 23만2000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1~2025년에는 150만5000명이 줄어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빚어진 고용시장 충격이 청년층에 집중됐다"며 "저출산·비혼화가 고착화하면서 소비위축이 만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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