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엔 "직무 전념하라"던 추미애, 법관들엔 "침묵 아쉽다" [종합]

입력 2020-12-08 17:03   수정 2020-12-08 17:0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공식 의견 표명 안건이 부결된 것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야권은 "법무장관이 법관들에게 윤석열 찍어내기에 동참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추미애 장관은 자신을 향한 검사들의 집단반발에 대해서는 "직무에 전념해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추미애 장관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관회의에서 지난 7일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을 같은날 이뤄진 천주교 사제·수도자 등 4000명의 시국선언과 비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추미애 장관은 시국선언에 대해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이라며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치 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한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라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법관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은 "물론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되어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법관의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정치를 편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천주교 시국선언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 명단을 공유하며 "정말 아쉽다. 허나, 울림은 진실과 비례한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는 성명 발표 6일 전 '윤석열 감찰·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동수 대검감찰부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국선언과 관련된 사전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한 부장의 초대로 대검 구경을 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다.

윤석열 총장 비판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배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직 판사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6일 한 민주당 법사위원이 누군가와의 전화에서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남국 의원은 "완전한 소설"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 집단행동 유도에 대해 김남국이 극구 부인하더니 '범인'(?)은 따로 있었네요"라며 "현직 법무장관이 법관들에게 윤석열 찍어내기에 동참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는 "어제 법관대표회의에 사찰문건 의견제출이 연거푸 부결된 데 대해 현직 법무장관이 아쉽다고 공개표명한 것도 부적절할 뿐 아니라, 법관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마저 법관의 소극적 주저함으로 호도하는 건 명백한 사법부의 독립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들이 나서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동참해야만 의식 있는 것이라고 훈계하는 법무장관, 과거 민정수석 당시 사법농단 수사과정을 비판한 현직 부장판사를 삼성 끄나풀로 공개 비난한 조국(전 법무부 장관)이랑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라며 "법관들의 합리적 결정마저 자기 편 안 들었다고 섭섭해 하면서 투정부리는 걸 보니, 추 장관이 외롭긴 외로운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다음은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글 전문.

정치는 편가르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편가르기를 시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며, 포용을 통해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입니다.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가치인 ‘인권, 정의, 공정, 평등’에 이바지하는 공동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우선 편을 가르고 봅니다. 지역으로, 계층으로, 학벌로, 성별로, 연령으로 ‘나누는 것’, 그것을 정치로 착각하고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의미를 무용하게 만드는 위험한 것인데 말입니다.

어제 법관들은 전국 법관회의에서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에 대한 의제를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법관들은 정치중립을 이유로 의견 표명을 삼갔습니다. 물론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되어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재판의 목표이자 기준인 민주주의적 가치, 인권과 공정이 위협받고 있고, 대검의 판사 개개인에 대한 불법 정보 수집으로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을 여론몰이 할 때 사법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관의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치를 편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천주교 성직자들 4천여 분이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헌법원칙을 깨고 정치 중립을 어기려고 그런 것일 걸까요? 어느 세력의 편이 되려고 한 것일까요?

오히려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입니다.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됩니다. 종교인마저도 딛고 있는 이 땅에, 정의와 공의로움 없이 종교가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 또한 공허하다는 종교인의 엄숙한 공동선에 대한 동참인 것이지 어느 쪽의 정치 세력에 편드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세속을 떠난 종교인은 세속의 혼돈을 우려하고 꾸짖었으나 세속의 우리는 편을 나누어 세력화에 골몰한다면 정의의 길은 아직 한참 먼 것입니다.

정치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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