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으로 뭐하나" 지지층 성화에…슈퍼 여당 '입법 폭주' [종합]

입력 2020-12-08 18:24   수정 2020-12-08 18:25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야당 거부권 무력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법안은 이르면 오는 9일, 늦어도 10일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같은날 이른바 '5·18 왜곡 처벌법'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형량을 기존 7년 이하 징역에서 2년 낮췄다.

해당 법안은 역사 왜곡을 살인보다 더한 중범죄로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도 있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참작 동기 살인의 경우 감경 3~5년, 기본 4~6년 형이 내려진다.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서는 비방·왜곡·날조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는데 5·18 민주화 운동에만 처벌 규정을 두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 쟁점이다. 재계에서는 주주권 침해 우려와 투기세력의 악용 가능성 등을 들어 강력 반대해 왔다.

다만 민주당은 이런 우려를 일부 수용해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하도록 완화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이날 법안 강행처리에 나선 것은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당청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여권 인사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지층 실망'을 꼽았다. 지난 총선에서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해 숙원 법안들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야당 눈치를 보며 법안 처리에 지지부진했던 게 지지층의 반감을 샀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이날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를 취재진이 참여한 '공개 회의'로 진행하자고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비공개 회의'로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무엇이 두려워서 비공개로 하느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비공개 안건조정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민주당 의원 3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의원 각 3명씩 구성되고 3분의 2에 해당하는 4명 이상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된다.

여당 소속 3명에 범여권 최강욱 의원이 포함돼 있어 국민의힘은 안건 통과를 막지 못했다. 표결은 거수 대신 기립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이날 안건조정위를 마친 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구성과 관련해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야당 의원) 말도 자르고 발언 기회도 주지 않았다. 전격적으로 자기들 입맛대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서 가결을 시켜버렸다"고 항의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 검사 자격을 법조 경력)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는 안으로 됐다. 원안에 있었던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험 5년은 삭제됐다"면서 "이것은 단순히 변호사 생활만 했던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법조 경력) 7년만 지나면 얼마든지 공수처 검사로 임명될 수 있다는 굉장히 위험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공수처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직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무엇이 두려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가?"라고 지적했다.

최형두 대변인은 "어제는 야당 의원 발언을 속기록에 남기지 말라고 하더니, 오늘 오전에는 소위 회의를 취재하는 풀 기자 출입을 여당 소위원장이 막았다. 코로나 방역을 감안해 카메라 풀기자 2명은 허용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펜기자 풀 2명을 소위원회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여당 측 토론이 시작되자 아예 카메라 기자들마저 국회 경위를 동원해 몰아냈다"면서 "무엇이 겁이 나 역사에 남을 속기록마저 남기기를 꺼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같은 개정안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밀어붙이려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을 요구하자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췄다. 안건조정위는 여야의 쟁점이 팽팽할 때 여야 동수 3대 3으로 최장 90일간 숙의토록 한 것인데 민주당은 이 원칙조차 짓밟았다"며 "민주당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 안건조정위원에 야당 몫으로 최강욱 의원을 포함시켜 조정위 여야구성을 4:2로 만들었다. 최 의원이 '야당 의원'인가? 민주당보다 더한 친여 정당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농성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쇼잉하지 말라. 공연히 국회선진화 법에 고소당하기 전에 자중들 하시라"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작한 입법폭주에 대해서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수처법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대체토론과 심의 절차 없이 처리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어깃장 놓기, 지연 전략으로 일관하며 개혁을 저지하고 외면한 국민의힘은 매섭게 비판받고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시한이라도 정해놓은 듯 최근 각 상임위에서 주요 법안들을 줄줄이 속전속결로 단독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시급한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절차를 핑계로 뒷짐 지고 있으면서, 숙고와 합의가 필요한 법안들을 이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만 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에 협치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174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은 그만큼의 더 큰 책임감과 정치력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고 이끌어가라는 것이지, 의석으로 독주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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