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과 컨설팅기업들은 내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뚝 끊겼던 M&A 거래가 지난 3분기부터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서다.
올 1분기 글로벌 M&A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든 5637억달러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축됐다. 바루크 레브 뉴욕대 경영학부 교수는 “3분기 미국에서만 이뤄진 M&A 거래액이 5310억달러로 올 2분기 1400억달러에 비해 네 배 이상 뛰었다”며 “올초 크게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하면서 M&A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이 세계 46개국 기업 경영진 29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년 내에 M&A를 적극 추진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56%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M&A 전략 변화에 대해선 39%가 기업가치 하락에 대비 중이라고 응답했고, 38%는 인수를 염두에 둔 기업의 회복력을 더욱 유심히 검증하겠다고 답했다. 23%는 이번 시기를 M&A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응답자의 72%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 장기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PEF가 보유하고 있는 투자 자금이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며 “M&A 시장에 뛰어드는 PEF가 여럿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사모펀드인 레버런스캐피털의 밀턴 베를린스키 공동창업자는 “최근 이자율은 매우 낮고, 시장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줄었다”며 “사모펀드들이 내년까지 인수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지난달부터 미국 등 주요국 시장 불확실성이 상당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S&P글로벌은 “최근 대부분 국가 증시는 지난 3~4월에 비해 주가 변동성이 낮아졌다”며 “투자 신뢰도가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 결과도 그렇다. JP모간체이스의 아누 아이옌가 글로벌M&A 공동부문장은 “M&A 시장은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미 대선 이후 미국 정치 불확실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M&A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블루웨이브’가 일어나지 않은 것도 M&A 시장엔 호재라는 평이다. 민주당이 급격한 법인세 인상에 나서기 어려워져서다. 내년 1월5일 조지아주 결선투표가 남아있지만 미 상원은 기존대로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전망이다. 아이옌가 부문장은 “권력분점 상태에선 상·하 양원의 동의가 필요한 각종 규제나 세금 제도가 크게 바뀌기 어렵다”며 “이같은 전망에 따라 M&A에 나서려는 기업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투자기업 윌리엄 블레어의 댄 코놀리 M&A부문장은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차기 행정부는 중대한 정책 변경을 단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상당히 우호적인 M&A 시장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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