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지배구조 투명성 대폭 높였다

입력 2020-12-09 17:24   수정 2020-12-10 02:09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주주 및 경영진 견제 장치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본인과 일가가 이사회에 등재돼 있지 않은 기업이 증가했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기업도 많았다.

경영계에선 “이 같은 국내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에 비춰볼 때 공정 경제를 명분으로 정부와 여당이 상법 등 ‘기업규제 3법’을 강행한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 견제장치’ 크게 늘어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주요 대기업의 총수 일가 이사회 등재 현황, 이사회 구조, 소액 주주권 보장 등을 담은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계열사 자산을 모두 합쳐 5조원이 넘는 58개 대기업 집단의 2020개(상장사 266개) 계열사가 대상이다.

이에 따르면 주요 기업에서 총수 및 경영진의 전횡을 막을 각종 장치가 대거 확충됐다. 우선 총수 본인이 이사회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비중이 2016년 5.2%에서 2020년 3.9%로 낮아졌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없는 대기업 집단은 삼성과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등 20개였다. 총수의 친인척이 이사로 등재돼 있는 계열사 비중도 같은 기간 17.8%에서 13.3%로 줄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이사 등재가 사익 편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런 움직임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등 경영진 견제 장치는 법으로 규정된 기준 이상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266개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법에 따라 선임해야 할 745명보다 119명 많았다. 상법 등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3명 이상, 다른 상장사는 전체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감사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각종 견제장치도 법으로 규정한 수준 이상으로 확충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167개사, 감사위원회는 202개사에 설치됐다. 법적으로 설치 의무가 부여된 123개사를 크게 웃돌았다.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는 법적으로 설치 의무가 없지만 각각 90개, 107개 회사가 설치했다. 이들 위원회가 설치된 기업도 2016년 165개에서 올해 266개로 증가했다.
“타율적 제약 최소화해야”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을 도입한 회사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조사 대상 상장사의 49.6%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조사 대상 상장사의 48.1%는 실제로 시행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도입 회사 비중은 15.2%포인트, 시행 회사 비중은 19.3%포인트 뛰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대기업집단의 경영구조가 대폭 개선되면서 상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주주권 행사를 위한 최소 보유기간 6개월’ 조항을 무력화하는 등 졸속 처리 논란을 빚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법적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사외이사 선임 및 내부 위원회 구성에서 보듯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독립성을 가로막는 각종 조치는 최소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양적인 면에서는 크게 개선됐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의 적극적인 운용 등을 통해 지배주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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