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베이커리는 주거로 2000가구 정도를 확보하면 하루 매출 200만원, 월 6000만원 정도가 나오는 업종이다. 이 중 재료비가 60%, 인건비·수수료·수도광열비 등이 17~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면 임차료를 차감하기 전 점주의 이익이 월 1000만원 초반대가 가능하고, 이 중 일정 금액을 임차료로 지급하고 나머지가 점주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인테리어와 집기비용 등 투자금이 2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하루 매출 200만원은 나와줘야 지속이 가능한 업종이란 계산이 나온다. 즉 최소한 가구수 2000가구는 확보할 수 있는 입지를 골라야 한다. 그리고 파리바게뜨는 이 원칙을 잘 지켰고 뚜레쥬르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2000년 초반, 두 브랜드가 격전을 벌일 때부터 조심스레 파리바게뜨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위 지도상 1번과 2번은 경기 수원시에 있는 국내 대표적인 베이커리 가맹점 자리다. 가맹점주의 운영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두 점포 중 생존할 수 있는 입지는 어느 쪽일까. 1번은 빨간색 점선을 1차 상권으로 보는 입지다. 2번은 파란색 점선이 1차 상권이다. 지도상으로 보자면 2번 입지가 안쪽에서 아파트(363가구와 380가구) 인근 주거인 및 상업시설 근무자의 매출을 확보해 1번 매출을 이른바 ‘끊어 먹는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일부 상권을 침투하는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번 입지에서 아파트 743가구와 그 인근 입주민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2000가구를 확보해야 월 1000만원이 좀 넘는 수익을 내고 그걸로 월세 내고 남는 이익을 챙겨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당연히 1000가구 남짓으로는 힘들다.
빵도 일종의 신선식품이다. 유통 기간이 짧다 보니 일정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출 수 없게 된다. 즉 1000가구 정도를 확보한 입지로는 제대로 된 점포 운영이 불가능한 것이다. 1번의 매출을 어느 정도 잠식할 순 있어도 ‘그 정도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이유로 2번 자리가 폐점을 하게 되면 승자는 1번 자리 가맹점이 된다. 결국 1번 입지는 서측의 490가구 아파트와 인근 주거인, 동측의 743가구 아파트와 인근 주거인, 상업시설 근무인까지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입지가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입지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창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의 실패에 2억~3억원 정도는 쉽게 손실을 입는다는 걸 알 것이다. 그 정도의 금액은 개인에게 치명적인 액수다. 입지 선정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황을 겪는 업종이 생존의 최소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물론 프랜차이즈 본점도 입지 선정에 대한 기본 원칙을 공유하고 안정적인 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출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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